공간이 만드는 소리▶그곳이 어디든 쉼이 있다면


“멈추어 돌아보라.”

이 명령은 성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조이스 럽 수녀가 산티아고 순례를 마친 뒤 깨달은 교훈이다. 그녀가 쓴 책 <느긋하게 걸어라>(윤종석 옮김, 복있는사람 펴냄)에서 이렇게 그 의미를 설명한다. 

잠시 멈춘다는 ‘pause'라는 단어는 “활동이 없는 짧은 기간”으로 웹스터 사전에 정의되어 있다. 멈추어 되새기는 시간은 내면의 정지신호다. 분주한 나의 삶 속에서 인생 여정의 다음 구간으로 건너가기 전에 “멈추어 살피고 듣는” 것은 필수다. 나는 의식적으로 긴장을 풀고 과거에는 물론 현재에도 주목해야 한다. 그래야 삶의 각 구간에 들어 있는 교훈을 배울 수 있다. 잠시 멈추어 내 삶의 사건과 경험을 되새겨볼 때 나는 방향과 통찰과 명료함을 얻는다. 보다 지혜롭고 감사한 마음으로 내 삶의 영역에 재진입하게 되며, 내 내면과 바깥세상을 의미 있는 하나의 통합체로 연결하여 새 힘을 얻게 된다. 멈추어 인생의 순례를 통합할 때마다 나는 다가오는 미래에 대비하게 된다.

쉼이란 잠시 멈추어 돌아보는 일이다. 삶은 순례의 길이며, 지나온 길을 돌아보아 갈 길을 설계하고 걸을 힘도 충전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앞만 보면서 달려왔다. 그렇게 걸음은 조급했다. 조급하게 만드는 내 일상의 형편들이 두려웠다. 가던 걸음을 멈추는 일도 두려웠고, 멈추면 뒤처질 듯하여 불안했다. 늘 눈앞에 닥친 시간을 갈무리하기에도 바빴고, 그러다 보니 멀리 내다보며 방향이 옳은지 그른지 점검하는 일도 까먹었다.

좀 느긋하게 걸어라, 내려놓으라, 삶이 위대한 모험이란 사실을 잊지 말라, 현재를 살아라, 아름다움을 끌어안아라, 예고 없이 찾아오는 천사를 기대하라, 길동무 하나님을 신뢰하라, 약함을 통해 겸손을 배우라, 짐을 가볍게 하라, 길동무와 보조를 맞추라….

그렇게 조언하는 조이스 럽의 충고에 귀 기울이려고 한다. 이 쉼의 계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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