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어떤 환경에서도 희망을 찾아내는 눈


길에 떨어져 발길에 차이던 버려진 몽당연필 너머로 이제는 우리가 보입니다. 에덴을 잃어버린 슬픈 인간입니다. 그리 슬픈 존재를 향한 구원의 열심이 보입니다. 하나님의 열심입니다. 버려진 몽당연필을 주울 때 왜 그리 슬프고 왜 그리 행복했는지 알 듯합니다.

01

어느 골목길에 접어들자 ‘툭 도르르’ 구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한 아이가 길에 떨어진 몽당연필을 발로 차며 걸어갑니다. 누군가 실수로 떨어뜨린 걸까? 쓸 만큼 썼다 생각해서 버린 걸까? 혹 발로 차며 가는 저 아이의 것일까?

몽당연필 너머로 세상의 약자들이 보입니다. 발로 차는 이들이나 차이는 이들이나 아프기는 한가지입니다. 저만치 무심코 걸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에서 저의 속사람이 보입니다.

상처투성이 몽당연필을 주워 손바닥 위에 올려놓습니다. 그 가벼움을 통해 문득 무겁고 깊은 절망감이 느껴집니다. 몽당연필 너머로 이번에는 슬픈 세상이 보입니다. 강아지 똥을 민들레 밥으로 본 권정생 선생님의 눈으로 몽당연필을 보고 싶습니다.

희망은 절망한 이의 두 번째 영혼이라 했던가요. 상처 난 이 몽당연필에게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이 몽당연필의 희망을 보고 싶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써볼까? 하나님을 향한 노랫말을 쓰고 악보를 그려볼까? 더 이상 몽당연필을 쓸 수 없을 만큼 짧게 닳아버린 그날이 오면 그땐 맑은 유리상자에 몽당연필을 넣고, 눈에 잘 띄는 곳에 두리라 생각합니다. 유리상자 속 몽당연필을 볼 때마다 영혼의 거울로 삼고 싶습니다. “나는 하나님의 몽당연필입니다”라고 말했던 마더 테레사 수녀의 시를 떠올린 까닭입니다.

저는 결코 대중을 구원하려 하지 않습니다.
다만 한 사람을 바라볼 뿐입니다.
한 번에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있습니다.
한 번에 한 사람만 껴안을 수 있습니다.
단지 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씩만 말입니다.

제가 시작한 것처럼 당신도 시작하십시오.
저는 단지 한 사람을 붙잡습니다.
만일 제가 그 한 사람을 붙잡지 않았다면 저는 사만 이천 명을 붙잡지 못했을 것입니다.
모든 노력은 단지 바다에 붓는 한 방울 물과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 한 방울의 물을 붓지 않았다면 바다는 그 한 방울 만큼 줄어들 것입니다.
그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대의 가족에게도
그대가 다니는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시작하는 것입니다.
한 번에 한 사람씩.

02

사랑이란 어떤 환경에서도 희망을 찾아내는 눈입니다. 그 영혼의 푸른 숲을 지켜주고, 그 영혼의 고통 속에 피고 있을 꽃을 기다리는 일입니다. 한 영혼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의 안에 계신 하나님께 경배하는 일입니다.

다 주고도 미안하지요.
져 주고도 미안하지요.
사랑은
사랑은.

우리는 하나님의 ‘눈 먼 사랑’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분을 닮아 ‘눈 먼 사랑’으로 세상을 보듬는 자 되기를 갈망합니다. 안복수 님이 “좁은 길 저 끝에는 눈 먼 사랑이 꽃이 된다” 노래했지요. 사랑은 동기가 없다는데. 사랑에 눈이 멀어야 사랑이 보일 텐데. 제 눈에 그 길이 보이지 않으니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은 것 같습니다.

내 눈이 동산 위에 붙어 있다면
내 사는 곳
한 마을이라 하겠지.

내 눈이 달에 붙어 있다면
내 사는 곳
지구라 하겠지.

내 눈이 우주 밖에 붙어 있다면
내 사는 곳
우주라 하겠지.

내 눈이 하나님 마음에 붙어 있다면
내 사는 곳
사랑이라 하겠지.

03

하나님은 사랑이시고, 사랑으로 우리를 지으시고, 사랑의 손으로 지으신 세상에서 사랑하며 살라 하셨지요. 그런데 그 사랑과 우리는 얼마나 멀어졌는지요. 진정 우리 눈이 하나님 마음에 붙어 있다면 길을 가다 돌멩이 하나를 만나도 우주가 입혀준 색감으로 보일 테고,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그 안에 하나님의 사랑이 숨어 있음을 보며 아이들처럼 그것들과 대화도 나누겠지요. 꽃 너머로 그분이 보이고 별 너머로 그분이 보이고 어디서나 무엇에든 그 나라가 보이겠지요.

꽃을 보면 꽃 마음이 되고
별을 보면 별 마음이 되지요
성경을 봅니다
성경을 봅니다.

길에 떨어져 발길에 차이던 버려진 몽당연필 너머로 이제는 우리가 보입니다. 에덴을 잃어버린 슬픈 인간입니다. 그리 슬픈 존재를 향한 구원의 열심이 보입니다. 하나님의 열심입니다. 버려진 몽당연필을 주울 때 왜 그리 슬프고 왜 그리 행복했는지 알 듯합니다.

여름이 오는 길목으로 수만 가지 주님의 마음이 피고 일렁입니다. 세상을 향한 주님의 마음을 보는 듯합니다. 하여 이 땅은 온통 주님의 세계입니다. 꽃이 말합니다. “제게서 당신의 영혼이 보이지 않으세요?” 솔바람이 또 말합니다. “제게서 당신 영혼의 자유가 느껴지지 않으세요?” 그러고 보니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영혼의 거울인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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