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나라에 재경이란 목수가 살았대요. 거문고를 만드는 솜씨가 뛰어나 소문이 자자했죠. 임금 귀에도 들어가서 재경을 궁으로 데려옵니다. 임금이 묻습니다.

“대체 무슨 기술 때문이냐?”

재경이 대답합니다.

“저는 그저 목수입니다. 기술은 특별한 것 없습니다. 다만 악기를 만들기 전에 마음과 몸을 깨끗이 합니다. 그리고 악기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렇게 사흘을 보내면 상을 받느니 벼슬을 받느니 하는 생각들이 사라집니다. 다시 닷새를 보내면 세상 사람들의 비난이나 칭찬 따위에 마음이 쓰이지 않게 됩니다. 다시 이레째가 되면 세상 아무것도 저의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습니다. 그때가 되면 악기 만드는 일만 생각납니다. 그제야 비로소 산에 가서 나무를 구합니다.“

재경의 거문고가 지닌 비결은 결국 마음을 비운 장인의 내공이었던 게지요.

마음을 비운다고 말합니다. 그게 무슨 말일까, 깊이 생각해 봅니다. 성경도 깨끗한 그릇이 되라 강조하지요. 재경의 이야기 속에서 마음을 비운다는 게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걸 깨닫습니다. 무슨 일을 할 때 보상을 받으려는 것, 이걸로 뭘 얻어야 한다는 것, 사람들의 비난이나 칭찬에 초연해야 한다는 것, 환경이 내 마음을 흔들지 못하게 하는 것, 이런 것이야말로 마음을 비우는 일이구나, 그릇을 깨끗하게 하는 일이구나, 그리고 이렇게 마음을 비워야만 하나님께서 비로소 일꾼으로 쓰시는구나, 그런 걸 느낍니다.

도종환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의 삶도 그런 것 같다. 살면서 좀 더 크고 넓은 곳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개울물이 강물을 이룬 뒤 끝없이 바다로 바다로 나아가듯이. 무엇이 되고 싶은 욕구 때문에,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야망 때문에 사람들은 크고 넓은 세계를 향해 노 저어 간다. 그러는 사이에 자신도 모르게 때 묻고 상처 받고 거칠어지곤 한다. … 바다에서 돌아오는 날, 나는 나 자신과 다른 이들에게 묻는다. 바다로 바다로 나아가기만 할 것인가, 바다를 거쳐 다시 항구로 돌아오는 길을 택할 것인가, 잔잔하던 내 최초의 강가를 향해 지금 욕심 없이 돌아갈 것인가.”

바다로 바다로 나아가기만 하려는 게 저의 모습이었음을 봅니다. 욕망의 여정이었지요. 그 욕망을 거룩하게 포장한 채 오늘도 바다로 바다로, 나아가려 하는 게지요. 그런데 마음의 소리는 다르네요. 차라리 이제 항구로 유턴하라,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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