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그 뜨거운 시간으로의 초대


누구에게나 신앙의 고향 같은 시간과 장소가 있다. 나에게는 뜨겁게 주님을 부르짖던 청년시절의 여름밤이 그런 고향일 것이다. 주님과 만나던 그 뜨거운 시간들이 사라진 자리로 나의 순수는 가을처럼 퇴색하였지 싶다. 그러나 다시 여름이면 그 처음의 시간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꿈틀거림이 내 안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우리들을 흔들어 깨우던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이런 이야기이다.

1963년 여름 경기도 양주 입석(立石)에서 수양회를 가졌다. 의과대학에 다니는 한 학생은 사랑하는 친구 한 사람을 주님께 인도하려고 항상 기도하며 사랑으로 돌보고 있었다. 그 친구가 수양회에 왔다가 분위기가 너무 벅차서 도망가려고 하자 나에게 와서 기도를 요청했다. 그날 밤 그가 홀로 뒷산 바위 밑에서 기도하는 소리를 들었다. "주여, 내 친구를 구원하여 주옵소서. 내 생명을 취하시더라도 꼭 구원해 주옵소서"라고 반복해서 기도하고 있는 것을 순회하다가 들었다. 그 친구는 결신을 했고 지금도 주님을 위해 살고 있다. 이 학생도 10여 명의 제자를 키우고 있었다. 이런 것이 순의 원형인 것이다.

1966년 여름, 650명의 대학생이 입석에서 5박 6일의 퇴수회(退修會, Retreat)를 가졌다. 그 중 300명은 불신자였다. 신자와 불신자를 1대 1로 짝을 지어주고, 불신 학생의 결신을 위해 기도하며 120여 시간을 같이 먹고 자며 훈련을 받게 하였다. 마지막 날 밤에는 신자와 불신자를 분리시켜 기도를 시켰다. 신자 학생들이 자기 짝을 위해서 네 시간을 계속하여 기도하는 동안 불신 학생들과 나는 영적 씨름을 했다. 이 네 시간 동안 신자 학생들은 하나같이 내 생명을 대신 취하시더라도 내 짝, 내 형제를 예수 믿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날 밤 두 명을 제외하고는 거의 예수 믿기로 결심하고 그 두 명도 한 명은 다음 날 아침에, 최후의 한 명은 차를 타고 돌아오는 중에 예수를 영접했다. 이렇게 짝들은 자기 목숨을 기도 속에 대신 바친 것이다. 이것이 순의 짝이다.

CCC 김준곤 목사의 <순론>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그때는 왜 이 글만 읽으면 눈물이 나고 가슴이 뛰었을까? 지금 내게는 사라진 눈물, 다시 박동하지 않는 가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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