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한 조각의 잠언 ▶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십대와 이십대들이 난 조금 더 많이 포기하고 거절했으면 좋겠다. ‘이게 아니다’ 싶으면 마음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강력하게 믿었으면 좋겠다. 지금 포기하지 않고 참고 견디는 것이 과연 가치 있는 일인가, 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무렵 내게 있어 가장 어려운 일이 있었다. 그건 바로 포기하는 일이었다.

당시 난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쓰는 일을 했다. 몇 번 해보고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면 포기했어야 했지만 난 그러지 않았다.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는 것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줄기차게 들어온 일종의 진리였다. 포기하는 순간 ‘실패자’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당시 그 일은 정당하지도 않았다. 계약이 성사되고 작품이 올려진 뒤 원고료를 받는다는 수준의 구두계약이었다. 업계 관행이라 했는데 난 그러한 관행에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았다.

누구나 자신만은 다르리라, 생각할 것이고 나 역시 그러했다.
내가 쓴 원고가 작품으로 만들어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여겼다. 프로듀서와 디자이너, 머천다이징(제조업자나 유통업자가 시장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적절한 상품의 개발이나 가격·분량·판매 방법 따위를 계획하는 일) 하는 사람 등을 만나 원고를 보여주고 그들의 입맛에 맞춰 고쳤다. 다시 쓰라고 하면 다시 썼다. 세상에! 난 몇 년이나 그 일에 매달린 것이다.

물론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는 것’은 지상 최대의 미덕이니까.
뒤에 생각해보니 그건 순정한 끈기나 인내가 아니었다. 어쩌면 도박사의 심정 같은 거였다. 그동안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아까웠다. ‘고진감래’라 했으니 좋은 결과가 생기리라 막연히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없었다.

결국 작품은 엎어졌고 한 푼의 원고료도 받지 못했다. 
아니다. 그래도 남는 게 있긴 있었다.
빨리 포기하는 것에 대한 미덕을 알았다는 것.

세상은 말한다, 포기하지 말라고. 사회생활을 할 땐 하기 싫은 일도 (거절하지 않고) 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십대 대개의 문제는 바로 그 포기하지 않고 거절하지 않는 데서 일어나는 것 같다.

떠나간 사랑을 포기하지 않아 참담한 비극이 일어나기도 한다. 술 권하는 선배에게 단호한 거절을 하지 않아 비극적인 사고사가 생긴다. 정당하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관행’이라는 이유로 거절하고 포기하는 것에 머뭇거린다. 그렇게 참고 견디면 뭔가 좋은 결과가 올 거라고 여긴다.

각종 시험에 아무리 떨어져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이러한 ‘특별한’ 정신 때문에, 우리 이십대들 상당수의 공통된 꿈은 ‘공무원’이 된 것 아닌가 싶다. 절대 포기할 줄 모르는 그들이 가장 잘 하는 것은 매번 다시 기회가 오는 ‘시험’일 테니.

십대와 이십대들이 난 조금 더 많이 포기하고 거절했으면 좋겠다. ‘이게 아니다’ 싶으면 마음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강력하게 믿었으면 좋겠다. 지금 포기하지 않고 참고 견디는 것이 과연 가치있는 일인가, 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이제껏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아까운 도박사의 심정이라면 포기하라고 권하고 싶다.

조금 더 당당하게 포기하고 새로운 일을 찾아보기를, 새로운 사랑을 찾기를, 그리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를. 그 시작을 하면서도 부담 갖지 말기를. 왜냐면 그대에겐 포기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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