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선교 15년, 최광식 이인숙 부부 인터뷰


“영화 ‘인디애나 존스’에 나오는 곳이라고 보면 정확합니다. 비가 많이 오던 날, 배가 모래에 걸려 한 시간 넘게 배를 끌고 가기도 했어요. 목적지에는 밤에 도착했는데, 알고 보니 그곳은 악어가 출몰하는 지역이었어요.”

처음 마음에 품은 곳은 중동지역 국가들이었다. 이슬람 지역에서 하나님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정만큼, 환경은 따라와 주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중동을 포기하고 다른 나라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고른 나라가 인도네시아다. 언제든 기회만 생기면 중동으로 갈 마음으로 시작한 인도네시아 선교. 한 해 한 해, 시간이 지날수록 왜 중동이 아니라 인도네시아였는지 깨닫는단다. 올해로 이들 부부의 인도네시아 선교가 15년째를 맞았다.

- 왜 하필이면 인도네시아였나요?
결론적으로는 중동에 가지 못해서 선택하게 되었어요. 중동을 가고 싶었는데 문이 막혀 있었어요. 이왕 중동에 가지 못하게 되었으니, 회교를 믿는 다른 국가에 가야겠다 싶어 여러 나라를 살피는 중에 인도네시아가 눈에 들어왔어요. 연구해보니까 회교도가 80% 이상이나 되면서도, 5개의 다른 종교를 법으로 인정하고 있는 독특한 나라였어요. 게다가 아프리카처럼 멀지도 않고, 나중에 중동을 가게 될 때를 위한 교두보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생각했지요.

- 가기 전에 공부한 것과 직접 현지에서 느낀 것과는 많은 차이점이 있었을 텐데요. 적응은 쉽게 되셨나요?
적응이 너무 쉽게 되어서 놀랐어요. 특히 제 얼굴이 현지인들의 외모와 비슷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친숙하게 느끼더라고요. 급한 거 싫어하는 문화와 파괴되지 않은 자연환경 등 모든 것이 제 성격과 맞아떨어졌어요. 사람들이 저를 보고 ‘인도네시아 선교를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니까요. 15년이나 되었지만, 인도네시아는 알아갈수록 새롭습니다. 참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어요.

- 구체적으로 어떤 사역을 하시는 건가요?
인도네시아는 법으로 교회를 인정해주지만, 전도하는 것은 불법이에요. 교회가 생긴다고 해도, 복음의 열정을 펼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지요. 더군다나 교회들이 깊숙한 오지에 위치한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현지에서 목사가 된 이들을 돕고 있습니다. 신학교에서 강의하기도 하고, 목회자 세미나를 열거나, 교회 개척을 돕기도 합니다. 인도네시아 교인들은 전도가 불법이라서 그런지, 예수를 믿더라도 전도하려고 하지 않아요. 그저 먹고 사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그들에게 열정을 심어주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 하고 있습니다.

 

- 전도하는 것이 불법이라면, 교회가 세워지기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회교도가 87%입니다. 현지 목회자들은 그들이 무서워서 교회를 잘 개척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전도가 불법이기에 교회를 개척하기도 쉽지 않고요. 그래서 저희가 생각한 것은 가정교회입니다. 관계를 통한 전도가 인도네시아 현실에 가장 잘 맞는 방법이기 때문이죠. 목회자가 턱없이 부족하기에, 평신도 사역자를 세워야 하고요. 가정교회를 세워, 스스로 신앙생활을 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 선교사님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신다고 들었습니다. 위험한 곳도 많았을 텐데요.
오지의 목회자가 방문을 요청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실족하면 떨어지는 낭떠러지 길, 빠져나오기 쉽지 않은 늪, 좁은 도로, 영화 <인디애나 존스>에 나오는 곳이라고 보면 정확합니다. 한 번은 타고 가던 배가 두 동강이 났어요. 다행히 나무뿌리에 걸려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요. 비가 많이 오던 날, 배가 모래에 걸려 한 시간 넘게 배를 끌고 가기도 했어요. 목적지에는 밤에 도착했는데, 알고 보니 그곳은 악어가 출몰하는 지역이었어요. 숲에서는 뱀이 지나다니고요. 그러나 위기를 하나 둘 넘길 때마다 하나님께서 지켜주신다는 믿음도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요?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지역에 선교센터를 세우려고 합니다. 목회자와 평신도들의 신앙 훈련을 위해서요. 여기에 선교사들의 숙소, 집회 장소를 마련하고, 교회도 세울 계획입니다. 밖에서 보니까, 한국교회가 참 소중하더라고요. 마음이 무거워지는 소식도 자주 들려오지만, 선교에 있어서만큼은 하나님의 도구로 크게 쓰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중동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기회가 생긴다면 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곳 인도네시아의 기독교인이 약 6%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곳을 확실하게 품지 않고는, 중동지역 선교도 쉽게 열리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은 인도네시아가 한국보다 더 편해요. 노후대책 하나 마련해 놓은 것 없습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에 있을 때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숲에선 뱀이 다니고, 강가엔 악어가 출몰한다. 배는 언제 부서질지 모른다. 어느 틈엔가 눈에 들어오는 낭떠러지는 아찔하다. 이런 곳에 있을 때, 마음이 편하다니…. 왜 이들 부부가 ‘인도네시아 선교를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 불리는지 알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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