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을 부르는 꽃향기를 노래함


“꿀벌처럼 남에게 유익을 주는 신앙인이 되라. 열심히 벌어서 자기만을 위해 사는 개미나 남에게 해를 끼치는 거미 같은 인간이 돼선 안 되고 남에게 유익을 주고 선을 베풀 줄 아는 꿀벌 같은 사람이 돼라.”
 

슬로시티. 말만 들어도 마음이 여유롭다. 유채가 노랗게 핀 밭과 돌담길 그리고 사방으로 시원하게 트인 바다, 청산도, 썰물에 바닷물이 물러가며 화도 노두(길)가 열리고 개펄이 펼쳐지는 증도, 돌담 골목이 이어지는 담 너머 감이 주렁주렁한 창평 삼지내 마을.

창평 삼지내마을(고샅으로 실개천이 흘렀던 마을) 야생화 꽃집이다.
채전에 가득했을 봄꽃은 가고 원추리, 인동초, 붓꽃이 남았다. 오늘은 꽃보다 더 반가운 손님이 많다. 꿀벌들이다.

야생화를 옮겨 다니며 꿀을 따는 빨대를 꽂는다. 반갑다. 유행병에, 맹추위에 씨까지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남았구나.

작년 여름, 가마골 용연마을 농가 벌통에 시커멓게 죽은 벌을 보았었다. 밝혀보니 ‘낭충봉아부패병’이란다. 파괴된 생태계의 또 하나 재앙이 아닌가 염려했었다.

꽃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겠지. 향기를 맡고 꿀 따러 여기 삼지내 마을 아줌니네 꽃밭까지 찾아왔다.
내게는 어떤 향기가 있을까?

나눠줄 무엇이 있는가 생각한다.
세상에 지치고 곤한 영혼들. 나의 친구, 나의 이웃들. 타산적이고, 이기적이고, 가식적이고, 몰인정한 세상에서 벌떼처럼 스러진다. 먹을 것, 입을 것, 재물. 그보다 따스하고 훈훈하고 감동적인 그 무엇이 있는가? 마실 물이 없어서 기갈이 아니라, 먹을 양식이 없어서 핍절함이 아니라 했는데. 나는 어떤 색깔에 어떤 향기가 있을까?

가까이 할수록 내 삶은 설교와 달라서 깜짝 놀라고 실망하지 않을까? 나누어줄 꿀은 좀 있는가? 넉넉하게 나눠가라 내놓을 뭐가 있는가?

정신적 피로, 영적인 기갈, 아버지 떠난 탕자 인생의 고달픔을 떨쳐버려야 하는데. 허무, 실망, 좌절, 방황 그리고 고독사(孤獨死)까지 그 외로움을 감싸주어야 하는데.

만났으면 좋겠다. 얼굴을 마주 보고 마음을 쏟았으면 좋겠다. 시간이 조금 길어져도 같이 있을 여유, 그런 슬로시티 만남이 있었으면 좋겠다. 말로 다 못할 서러움, 고통, 상처를 물로 씻고 호호 불어주는 회복이 있으리라. 나도 예수 향기가 있고, 그 향기가 사람들을 모을 수 있다면 좋겠다.

예수님 말씀이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러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복음성가는 예수님도 성도들도 가시밭의 백합화라 했다.

“동남풍아 불어라 서북풍아 불어라 가시밭의 백합화 예수향기 날리니….”
“예수님 내 주여 내 중심에 옵소서 주님 한 분만으로 만족하옵니다.”

김응선 장로님이 8남매 자녀들에게 말했던 가훈 한 절이다.
“꿀벌처럼 남에게 유익을 주는 신앙인이 되라. 열심히 벌어서 자기만을 위해 사는 개미나 남에게 해를 끼치는 거미 같은 인간이 돼선 안 되고 남에게 유익을 주고 선을 베풀 줄 아는 꿀벌 같은 사람이 돼라.”

글·사진=황영준 목사
광주동산교회를 30년 동안 목회한 뒤 원로목사로 은퇴하였다. 현재는 여수 애양원과 소록도 교회 등을 찾아서 섬기고 있으며 전국의 농어촌교회를 찾아 살아 있는 역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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