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의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


인생이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하지요. 큰 슬픔은 작은 슬픔을 위로하는 법이구요. 고통으로 기쁨의 크기를 잰다는 말도 있더군요. 그러니 지금의 큰 슬픔으로 말미암아 세상의 위로자로 우뚝 서 주세요.


한 달에 한 번씩 담 안, 곧 교도소로 노래를 하러 갑니다. 이곳 형제들을 위한 QT학교 수료식에서 노래를 합니다. 

교육생 대표가 기도를 합니다.
“하나님 우리 중심에 십자가를 세우소서! 시냇가에의 나무처럼 우리의 뿌리를 살펴주소서!”

목사님의 설교가 이어집니다.
“내 관점, 내 중심으로 살아온 걸 한 단어로 줄이면 ‘악’(惡)입니다. 우리는 모두 악인(惡人)입니다. 상황이 오면 내 중심의 근육이 꿈틀거리지요. 지금껏 살아온 결과를 보세요. 우리가 원하는 대로 잘 되어졌는지…. 이젠 전과 다르게 살아보면 어떨까요. 바울 선생님은 고백합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교육생 중 한 사람이 간증을 합니다.
“지난 세월 저는 오래 참아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당연하게 여겨왔습니다. 교만해지고 악해질 대로 악해진 저는 두 마음을 품은 채 이중생활을 하며 하나님을 이용했습니다. 이곳에서 QT학교를 만나 QT를 하면서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저로 말미암아 피해를 입은 분들께 얼마나 미안하고 미안한지…. 그럼에도 변함없이 저를 사랑하시는 하나님께 얼마나 죄송하고 죄송한지…. 하나님께서 저에게 주신 사명이 무엇인지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릴 뿐입니다. 오늘은 하나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실까 기대하며 매일 말씀 앞에 섭니다. 이렇게 귀한 자리로 저를 이끄시고 거룩한 지혜를 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떨리는 음성으로 간증을 마쳤을 때 목사님이 형제님을 꼭 껴안았습니다.
이제 제가 노래할 차례입니다. 첫 곡은 “꽃잎”입니다.

꽃잎은 밟혀도 향기만 낼 뿐.
(‘좋은날풍경’ 앨범 “그날 새 세상” 수록곡)

그렇습니다. 밟혀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됩니다. 꽃잎 같은 신앙인이기를 바랍니다.
다음 곡은 “아름다운 것은 위태하다”입니다.

아무것도 없구나
얼굴을 가릴
손도 없이
꽃은 그냥
사나운 비를
맞는 구나

아름다운 것은 위태한 것
맨 몸으로
맨 몸으로
맨 끝에
서는 것.
(한희철 시, 박보영 곡)

이 시를 만나고 얼마 후 비가 내렸고, 꽃에게 우산을 씌워준 기억이 있습니다.
어느덧 마지막 곡을 부를 차례입니다. “날아간다고”를 부릅니다.

꽃들이 비를 맞으며 이야기 한다
어디로 가고 싶어도
뿌리가 박혀 못 간다고 한다.
비 그친 뒤 날아오는 벌이 말한다.
너도 언젠가 씨앗이 되어
날아간다고
(정재완 시, 하덕규 곡)

수료식이 끝나고 잠시 가진 교제의 시간. 때마침 간증을 한 형제와 대화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형제는 유년시절부터 아프리카에서 20여년을 살았는데, 그곳엔 한인들도 있고 작은 교회도 있었다고 합니다. 회심한 형제의 눈빛에는 사도 바울이 보입니다.

바울은 회심 후 곧장 복음전도자가 되었지만 유대인들은 배종한 사울을 죽이고자 합니다. 그러자 하나님은 바울을 다소에 보내고, 다소에 머물면서 바울은 복음전도자로 거듭나기 위한 비밀스런 시간을 보냅니다. 아마도 그 형제도 어쩌면 이곳 담 안에서 바울처럼 위대한 믿음의 날개를 달고 있을 것입니다. 그 날개가 튼튼하여 높이 멀리 날기를, 담 안의 시간들을 믿음의 고향 같은 다소로 만들어 가시기를 기도합니다.

인생이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하지요. 큰 슬픔은 작은 슬픔을 위로하는 법이구요. 고통으로 기쁨의 크기를 잰다는 말도 있더군요. 그러니 지금의 큰 슬픔으로 말미암아 세상의 위로자로 우뚝 서 주세요. 훗날 오늘의 이해할 수 없는 시간들조차 감사의 이유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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