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로 변신하고 맞는 첫 학기를 그런대로 잘 마쳤다. 그러나 성적 낼 일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보다 더 내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게 있다.

요즘 대학에는 주위에 떠밀려, 혹은 남들 따라서 대학에 온 학생들이 너무 많다. 진학 목적이나 적성은 뒤로한 채 성적에 맞춰서 전공을 정한 학생들도 많다. 그냥 고등학교 다음 과정으로 진학하는 것이다. 목적지가 불명확하니 의욕이 생길 리가 없다.

그렇지만 대학을 마친다고 해서 취업의 장벽을 쉽게 넘을 수도 없다. 그러니 의욕은 더 떨어질 수밖에. 학생들을 그다지 열심히 가르치지 않는 교수들조차 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염려한다. 내가 봐도 요즘 대학생들은 학력(學力)보다 학력(學歷)에만 관심을 갖는 것 같다. 학점과 거리가 있는 학습활동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교수들은 어떤가? 교수들 역시 학생을 잘 가르치는 일을 최우선으로 여기지 않는 것 같다. 대학들은 교수법을 열심히 가르치지만, 문제는 교수법(기술)이 아니라 열정(태도)이다.

이럴 때 ‘반값 등록금’이 이슈로 등장했다. 정확히는 ‘반값 수업료’가 맞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학생들에건 얼마나 절실한 문제인가? 그런데 ‘반값 수업료’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문제의 본질은 “누구나”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이다. 이는 학벌 중시의 사회 분위기도 문제지만, 무작정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 자신의 책임도 크다. 아무리 취업이 어렵고 학벌을 중시한다지만, 그럴수록 자신의 인생을 보다 진지하게 설계한 후 대학 진학을 결정지어야 할 것이다. ‘내가 왜 대학에 진학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명쾌하게 답할 수 있을 때 ‘공부해서 남 주겠다’는 꿈을 가슴에 품은 후에 진학해야 한다.

너무도 많은 고등학생들이 대학엘 가야 하고, 부모는 무거운 사교육비까지 부담해야 하고, 국가와 사회는 엄청나게 많은 대학과 대학생을 지원해야 하는 비정상적인 구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정부나 학교 당국은 보다 많은 장학금을 만들어 생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부터 적극 도와야 할 것이다. 교수들도 자신이 받는 급여 이상으로 학생들을 잘 가르쳐야 할 것이다. 기업도 학력에 따른 임금 차별을 대폭 줄여야 한다.

뭐니 뭐니 해도 당사자가 중요하다. 보다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대학에 진학해서 수업료 아깝지 않게 공부를 해야 한다. 촛불 시위장에 ‘수업료는 절반으로! 공부는 배로!’라는 구호가 나붙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학부모와 교수, 정부와 대학을 감동시킨다.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