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아저씨' 우종학 교수에게 듣다


“신, 천국, 사후세계가 없다”는 어느 유명 과학자의 말에 놀라셨습니까? 그럴듯한 논리와 어려운 용어, 책의 두께에 기가 죽고, 믿음이 흔들리셨습니까? 이런 고민에 속 시원히 대답해줄, 크리스천 과학자 우종학 서울대 교수를 만났습니다.

전도하다가 말문이 막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특히,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우리는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

“하나님? 신이 없다는 건 과학자들이 다 밝혔잖아!”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진리의 세계라 설명하지만, 상대는 이미 마음 문을 닫은 이후다. 과학적 무신론자 리처드 도킨스의 책들이 인기를 끌면서, 이런 경우가 더 늘어나고 있다. 그럴듯한 논리와 책의 두께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그런 게 아닐까 믿음이 흔들리기까지 한다. 최근 스티븐 호킹도 “천국이나 사후세계는 없다”며 “현대 물리학에 신을 위한 자리는 없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01 과학을 숭배하는 무신론자들

우종학 교수가 정리한 이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물질이 있었다.
인간은 우주 속에서 목적 없이 우연히 만들어졌다.
문화가 발달하면서 인간이 신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과학의 발전으로 신이라는 개념은 이제 필요 없게 되었다.

이런 의견들에 대해 우 교수는 “당돌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와 같은 과학적 무신론은 별로 탄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이렇게 되물어야 한단다.

물질은 어디에서 기원했는가?
자연법칙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자연법칙을 따라 움직이는 우주를 어떻게 설명할까?
우리는 어떻게 우주를 이해하게 되었을까?

현상과 함께 본질도 물어야 한다. 쉽게 말해, 과학은 단 한 번도 ‘신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 적이 없다는 설명이다. 과학을 토대로 무신론적으로 해석하는 것이지, 과학 그 자체가 무신론을 뒷받침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02 기적을 숭배하는 창조론자들

그러나 우 교수는 성경을 문자적으로만 해석하며, 무조건 과학에 반대하는 이들에게도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지구의 나이를 6000년에서 1만 년 정도로 보고, 창조가 일어난 기간도 6일로 보는 ‘젊은 지구론’을 예로 들었다.

“과학은 이미 지구의 나이가 40-50억 년 정도라고 가르쳐주고 있어요. 그런데도 창조 과학자들은 문자적 해석에 집착해요. 진화론자들에게 빌미를 내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오히려 허점을 보일 뿐이죠. 창조 과학은 학계에서 ‘과학’으로 전혀 인정받지 못합니다. 크리스천 과학자들에게도 마찬가지고요.”

창조에 대한 문자적 성경 해석은 사실 안식교의 전통에서 시작됐다. ‘6일’을 다르게 해석하는 이들은 모두 ‘악마’라고 규정한 것이다. 이것을 양보하면 결국 자유주의에 넘어가서 예수의 부활도 부인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걱정한다. 그래서 아마추어적인 과학 이론으로 엉성하게 뒤를 받친다. 이에 대해 우 교수는 “창조론자들은 과학을 너무 두려워하고 복음의 힘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구약학자들의 도움을 받고, 아마추어가 아닌 진짜 과학자들에게 조언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03 자연법칙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

여호수아가 전쟁할 때, 해와 달이 멈춘 적이 있었다. 이런 기적을 꼭 과학적으로 입증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단다. 이런 기적보다 우리가 접하고 있는 평범한 자연법칙들이 더 기적답기 때문이다.

“137억 년 긴 기간 동안 우주가 동일한 법칙에 의해 똑같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구의 중력이 항상 똑같이 유지되고, 장구한 시공간이 동일한 자연법칙에 따라 운행되고 있어요. 이것이 오히려 기적 아닌가요? 하나님이 우주 안에 자신의 성품을 반영하신 거지요. 그것은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원칙을 통해서 발견되지요.”

우 교수는 창조 안에 진화가 있다고 본다. 진화가 하나님 만드신 자연법칙 안에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진화와 창조가 충돌하지 않는다. 어떤 생물이 진화하는 것을 보고 “이것이 하나님이 창조하신 방식이구나” 깨닫는다.

과학은 현상의 원인이나 결과를 설명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발견하지 못한다. 대폭발로 생겨났다는 우주. 대폭발은 어떻게 일어났는가는 물리학으로 설명이 안 된다. 바로 그 지점에 하나님의 개입이 있다는 것이다. 창조와 진화를 동시에 쥐고 있어야, 이 세계와 성경이 온전히 설명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누군가 “하나님? 신이 없다는 건 과학자들이 다 밝혔잖아!”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이렇게 되물을 수 있을 것이다.

“언제? 어느 과학이 그랬니?”라고.

이범진 기자


※ 우종학 교수는?
예일 대학교에서 천체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산타바바라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교(UCSB)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젊은 과학자들에게 주는 ‘허블 펠로십’(Hubble Fellowship)을 받아 로스앤젤레스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교(UCLA)에서 연구했다. 현재는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이다. 저서로는 ‘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 ‘블랙홀 교향곡’ 등이 있다.(블로그
http://astro.snu.ac.kr/~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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