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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시대에 다시 보는 ‘포도원 품꾼’ 비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비상식적 자비심의 포도원 주인!
[109호] 2011년 06월 05일 (일) 이범진 poemgene@naver.com


“노동력은 있었으나 일할 곳이 없어 빈둥거려야 했던 나중에 온 이들의 처지를 고려했던 거지요. 가장 늦게 온 자들은 1/7데나리온에다, 실업수당 6/7데나리온을 추가로 받은 겁니다.”

지난 10년간 부의 양극화가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에 따르면 종합소득세 신고자 중 상위 20% 소득자의 1인당 소득금액은 1999년에 비해 55% 늘어난 9000만 원인 것에 반해, 하위 20%의 소득금액은 10년 전에 비해 54%나 급감한 199만 원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한다면, 양극화의 고통은 통계보다 훨씬 높게 느껴질 것으로 예상한다. 더군다나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필요가 없는 이들은 통계에도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상황은 짐작할 수조차 없다.

‘목민강좌’의 강사로 나선 김회권 숭실대 교수는 성서 속에서 발견한 ‘하나님 나라 경제학’을 소개했다. 특별히 마태복음 20장 1~16절에 나오는 포도원 품꾼 비유에 대한 해석이 눈길을 끌었다.


#포도원 품꾼들의 비유

예수가 천국에 비유했던 포도원 품꾼들의 이야기는 요약하면 이렇다. 포도원의 주인은 오전 9시, 12시, 오후 3시에 각각 품꾼들을 구해 일을 시켰다. 일이 끝나기 한 시간 전에도 품꾼들을 구해 일을 시키더니, 어찌 된 일인지 이들에게 모두 동일한 일급 1데나리온을 주었다. 먼저 온 일꾼들이 불만을 품는데 주인은 “네 것이나 가지고 가라”며 “나중 온 이 사람에게 너와 같이 주는 것이 내 뜻”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내 것을 가지고 내 뜻대로 할 것이 아니냐, 내가 선하므로 네가 악하게 보느냐”라고 덧붙인다.

김회권 교수는 존 러스킨이 지은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아인북스 펴냄)를 바탕으로, 이 비유에 담긴 ‘하나님 나라 경제학’을 설명했다. 


#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퇴근 시간이 되자, 주인은 1시간 일한 일꾼들부터 일당을 지급했다. 계약상의 일급이었던 1데나리온이었다. 마침내 오전 9시에 고용되어 가장 많은 시간을 일했던 일꾼들이 일당을 받을 차례가 됐다. 가장 나중에 온 사람이 1데나리온을 받는 것을 본 그들은, 당연히 그 이상을 기대했다. 그러나 똑같이 1데나리온을 받았고, 그들은 거칠게 항의했다.

“비례적으로 보자면 그들의 항의는 일리가 있습니다. 1시간 일한 사람이 1데나리온을 받았다면 자신들은 7데나리온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었겠죠. 문제는 주인의 비상식적인 자비심이었습니다. 노동력은 있었으나 일할 곳이 없어 빈둥거려야 했던 나중에 온 이들의 처지를 고려했던 거지요. 가장 늦게 온 자들은 1/7데나리온에, 실업수당 6/7데나리온을 추가로 받은 겁니다.”

주인의 마음씨가 공로주의적 구원관을 가진 사람을 실족시킬 정도로 착했다는 설명이다.


# GDP보다 중요한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권

“한 나라에서 일어나는 범죄율, 교통사고율, 소송비율, 이혼율, 자살률, 육아출생률, 교육비 지출 정도 등이 열악한 공동체는 수량화된 국내총생산(GDP)이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그 수치는 평가절하되어야 합니다.”

하나님 나라 경제학은 효율성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업가가 인건비 지출이 늘어날 것을 알면서도, 고용을 늘리는 것은 포도원 주인을 닮아가는 일이다. 개인을 넘어 한 가정의 살림살이를 안정시켜줌으로, 공동체의 행복도를 높이는 길이라는 것이다.

성서에는 가난한 사람들을 품는 보금자리가 많이 마련되어 있다. 모세오경이 설정하는 이상적인 국가는 수평적인 동포와 이웃과 결속되는 인애주의 사회이다.
“고대 이스라엘 사회는 장발장이 붙잡혀도 감옥에 가지 않습니다. 3일을 굶은 그의 생존권은 사유재산권보다 더 신성한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김 교수는 “가난한 사람들이 공동체를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모세오경, 예언서, 시편과 잠언서, 복음서, 바울서신에 나타나는 공동체 경제학의 핵심”이라면서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포도원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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