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능력으로 어둠을 털고 일어서라"


참으로 세상 살기 힘들다. 그런 세상을 어렵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새로운 용기를 주는 일에 교회가 능숙하지도 못하다. 사람들은 교회 안에서 잠시 안위를 받고 나가지만, 계절은 봄인데 바람은 겨울바람 못지않은 냉기를 머금고 있다. 그 바람과 싸워 이겨야 하는데, 그게 어디 마음처럼 쉬운 일인가.

그러나 이 와중에 들려오는 세미한 음성이 있다. “너, 사람아, 일어서라. 내가 너에게 할 말이 있다.”(겔 2:1)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고, 모욕을 당하며, 누군가의 탐욕의 수단이 되고, 억울하게 짓밟히고 있다. 그런 이들에게 하나님은 “너, 사람아”하고 부르신다. 짧은 기쁨 긴 슬픔으로 시름에 잠긴 이들에게 ‘아프냐’하고 물으신다. ‘힘드냐’하고 함께 아파하신다. ‘염려 말아라’하고 격려해 주신다. ‘일어나라’하고 손을 잡아 주신다.

신명나는 일보다는 궂은 일이, 즐거움보다는 괴로움이 엄청 많아 고개를 떨군 이들에게, “너는 사랑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오랜 기다림을 휩쓸어 간 좌절을 딛고 일어서라고 하신다. 생산의 수단이 된 사람, 이기심의 도구가 된 사람, 빛살 없는 어둠으로 눈먼 이가 된 사람, 불신과 미움, 무관심과 탐욕, 분노와 복수로 차갑게 굳어져 상처는 더욱 깊어가고 마음의 힘은 소멸되어 가는 사람에게 사랑의 능력으로 어둠을 털고 일어서라 하신다.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고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내는”(고전 13:6) 사랑의 노래를 불러라 하신다. 사랑의 능력으로 어둠을 털고 일어서라고 하신다. 뼛가루가 된 지 오래인 것만 같은 영혼에 숨결을 불어넣으셔서 뼈와 뼈가 만나고, 근육이 생기고, 살이 입혀지며, 기운차게 앞으로 나서는 그런 존재로 변모시켜 주시는 생명의 주인이신 분을 향해 목 놓아 부르라 하신다.

죽음을 생명으로 바꾸시는 이 살아 있는 말씀, 격려의 힘, 쓰러져 있다가도 우뚝 서게 하는 능력 있는 사랑이 한국교회에 가득 차기를 비는 마음이다. 그건 그냥 나오지 않는다. 아픈 현실을 마주 대하면서 성서에서 그 대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그걸 탄생시킨다. 성서는 성서대로 읽고 현실은 외면하는 믿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세상은 지쳐 있는데 신앙의 환상을 제조한다고 해서 그것이 명약이 되지 않는다. 세상의 중심으로 들어가야 한다. 예수님이 그러하셨듯이 우리는 그 뒤를 따라 현실의 거리로 나서야 한다. 

그곳에서 눈이 멀고 발을 절며 병이 들어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이들을 부르러 가야 한다. 그들의 어깨를 감싸고 벗이 되어 사랑으로 이들의 삶에서 환대의 감격을 맛보게 해야 한다. 바로 이 사람을 눈여겨보지 않는 교회는 그 자신이 눈먼 자이다. 이들과 함께 걷지 않는 이는 바로 그 자신이 발을 저는 자이다. 이런 고뇌 속에서 기도하지 않는 교회는 그 교회가 다름 아닌 병든 자이다. “너, 사람아”하고 우리를 부르시는 하나님의 사랑의 호출에 “네!”하고 응답하며 세상을 향해 벅찬 마음으로 나서는 교회, 그 교회가 자신도 구하고 세상도 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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