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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책을 멈추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주렴
문지현의 감정이 꽃피는 순간
[108호] 2011년 05월 22일 (일) 문지현 @


보영 씨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괴로움이 있다.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면 칼을 들고 예수님을 공격하는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주성 씨는 뭘 해도 재미가 없고 무의미하다. 스스로 가치 없어 보이고, 삶을 끝내고도 싶다, 신앙인이 아니라면….

“음식을 먹은 건지 조미료를 먹은 건지 모르겠어!” 맛을 내는 데 도움을 주는 조미료이지만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면 반드시 후유증이 따른다. ‘중국 음식점 증후군’이라는 이름의 병이 있는데 중국 음식점에서 식사한 뒤에 나른해지거나, 두통, 메스꺼움 등의 증상들이 나타나는 병이다. 그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MSG(Monosodium Glutamate)라는 물질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MSG는 가공식품들과 조미료 등에 내포되어 있다.

죄책감은 일상생활의 조미료이다. 그렇다면 이 죄책감이라는 조미료가 과다 사용되었을 때 우리들에게 어떤 증후군이 나타날까?

먼저, 보영 씨 이야기다.
보영 씨는 대학교 2학년 여학생이다. 선교사 부모님 밑에서 잘 자라 예쁜 믿음을 가진 자매이지만 그녀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괴로움이 있다.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면 칼을 들고 예수님을 공격하는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아무래도 믿음이 부족해서 그런가 보다’ 괴로워하며 회개기도를 드리지만 기도를 하면서도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부르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니 도무지 견디기가 힘들었다. 차라리 믿음을 포기하면 마음은 편하겠지만 그럴 수는 더욱 없는 노릇이다. 그러다가 주변의 권유로 병원을 찾았다.

다음은 주성 씨의 이야기다.
주성 씨는 ‘바른생활 사나이’로 직장에서 소문이 난 40대 후반의 가장이다. 잠을 잘 못 자고 과민성대장증후군부터 이유를 알 수 없는 두통과 위통, 아무리 푹 쉬어도 가시지 않는 피로감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주성 씨는 뭘 해도 재미가 없고 무의미하다. 힘을 낼만 한 어떤 동기를 찾지 못한다. 스스로 가치 없어 보이고, 삶을 끝내고도 싶다, 신앙인이 아니라면….


죄책감 과잉 상태 “너무 불쾌하잖아!”

이제 두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자.

보영 씨처럼 원치 않는 생각들이 반복적으로, 지속적으로 떠오르는 증상은 ‘강박장애’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 병을 앓는 사람들은 부적절하게 떠오르는 생각이나 충동, 이미지 때문에 심한 불안과 고통을 겪는다. 때로는 도저히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이다. 성적인 일탈이나 폭행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추잡하고 끔찍한 일들이다. 이 병을 앓는 이들은 이런 생각들을 꿈꾸며 즐거움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소스라쳐 놀란다.

당연히 이런 생각들을 무시하고 억누르려고 애쓰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강박장애를 앓는 사람들 가운데 3분의 1 정도는 우울장애를 동시에 앓는다. 보영 씨처럼 강박 때문에 죄책감을 겪다가 우울로 넘어간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주성 씨는 분명한 ‘주요우울장애’의 단면이다. 주요우울장애의 진단 기준 가운데 하나는 무가치감, 또는 지나치고 부적절한 죄책감을 경험한다. 죄책감이 너무 심하면 망상 수준에 이른다. 주성 씨는 아내나 아이들에게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주성 씨는 사업 실패를 경험하면서 아내를 고생시킨 적도 있었고, 아이들에게도 다정다감한 아빠이기보다 언제나 바쁘고 지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없는 게 나을 정도는 아니다. 그는 그저 평범한 남편이고 평범한 아버지일 뿐이다.


나를 그대로 받아주는 연습

이들은 모두 자책을 멈추고 자기를 그대로 받아주는 연습이 필요하다.

보영 씨는 치료 시간에 배운 대로, 자신에게 지금 떠오르는 생각들은 자기가 실제로 하나님을 대적해서 하는 생각이 아니며, 단지 아프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떠오르는 것뿐이라고 자기에게 이야기해주었다. 이런 모습으로 아픈 게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뿌리부터 제대로 낫기 위해서는 이 생각과 싸우지 말고 - 그러면 그럴수록 생각의 파도는 더 거세지니까 - ‘그래,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지’ 하면서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보영 씨에겐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보영 씨는 병에서 나을 필요가 있고, 가치가 있는 존재이기에 겪어야 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주성 씨는 자기 생각을 관찰하는 방법을 익혔다. 마음에 전혀 들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교회의 직장인 성경공부반 조장님에게 배웠다.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 힘들었지만, 주성 씨는 조금씩 ‘진짜 현실’을 보게 되었다. 우울증을 앓다보면 자신에 대한 시각이 엉망으로 일그러진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실제로 자기 눈에 보인 자신의 모습이 우울증의 결과란 걸 당시에는 인정하기 힘들었다. 자기가 아내와 아이들에게 큰 죄를 저지른 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자신이 회복의 길로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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