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계절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다


5월의 신록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인생을 살면서 이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는 일만큼 더 귀한 일이 또 있을까?

“눈을 들어 산을 바라보면 세 가지 초록빛이 마치 경쟁이나 하듯 내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우중충한 소나무와 5월의 수분을 담뿍 빨아들이고 있는 신록의 참나무, 그리고 위세를 부리듯 온 산에 출렁이는 아카시아의 흰빛 초록, 햇빛에 농익어 모두 같은 색깔의 초록이 되기 전에 실컷 봐 두어야겠다.”
그렇게 말한 분이 황대권 선생이다.

그는 서울농대를 졸업한 뒤 뉴욕에서 유학하던 중 학원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것은 국가기관이 조작한 사건이었음이 2001년에야 밝혀졌다. 13년 2개월 동안의 감옥살이를 해야 했고, 이때 그는 그 청춘의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면서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다. 그 깨달음은 그가 공부한 식물들로부터 비롯하였다. 감옥에서 쓴 그의 편지엔 그런 깨달음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중에 편지를 모아 펴낸 책 <야생초편지>(도솔 펴냄)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의 편지 중 이맘때 읽기에 좋은 한 구절을 뽑았다.

오늘은 낮 동안 줄곧 그림을 그렸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한 해바라기 꽃무리인데 짙푸른 하늘색 내기가 아주 힘들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한 번으로는 대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상을 아무리 수십 수백 번 들여다보아도 직접 그려보지 않고는 제대로 파악한 것이 아니다. ‘백문이불여일견’(白文而不如一見)이란 말이 딱 맞는다. 그런데 한 번 그려봐서는 부족하다. 두 번 세 번 그려 보면 처음 그린 것이 얼마나 허술하고 엉성한 것인지 알게 되지.

또 한 가지. 디테일과 전체와의 조화 문제. 디테일 처리에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리다 보면 전체적 조화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초보자들은 디테일이 모여서 전체적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알고 디테일에 치중을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디테일은 전체와의 관련 속에서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래서 한 번 그려놓고 꼭 전체와의 조화를 확인해 보아야 하는 거다. 아니 애초에 전체와의 조화 속에서 디테일을 그려 나가야 한다. 이 두 가지 원칙은 인생살이에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 첫째, 실천의 중요성, 실천을 하되 지속성이 있어야 할 것. 둘째, 어떤 일을 할 적엔 반드시 전체와의 연관 속에서 그 일을 추진할 것. (…) “끈기를 가지고 행하되 조화와 균형 속에서!”

박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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