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기의 방식들


모난 사람도, 성질 나쁜 사람도 누구 하나 따로 떼어놓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마을에 활력을 주기도 한다. 장애인, 노약자와 함께 더불어 산다. 그러고 보면 더불어 산다는 것은 외모, 능력, 성별 따위에 상관없이 누구와도 어울렸던 예수를 닮아가는 일이다.

어느 기자의 이야기다. 더불어 사는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공동체’라고 불리지만, 그 단어로는 도저히 표현되지 않는 이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이 사는 방식을 배웠다. 며칠 동안 그들과 먹고, 자고, 일했다. 사람, 자연, 노동, 그리고 하나님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는 게 무엇인지 몸으로 느꼈다. 그렇게 찾아다닌 곳이 열 군데가 넘는다.

그가 ‘얼마나 좋은가 한 데 모여 사는 것’(올리브북스 펴냄)에 그 느낌과 깨달음을 담았다. 책을 통해 늦게나마 그의 여정에 합류했다. 인구밀도 높은 도시에 살면서도 ‘함께’ 어울리지 못하는 이들에겐 꼭 필요한 여행이다.


하나, 더불어 살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시골집’ 임락경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살다가 생활력이 부족해지잖아. 그럼 공동체에 가면 생활이 해결돼. 왜냐, 전깃불 혼자 있어도 하나 켜야 하고 네 명 있어도 하나 켜야 하잖아. 방 안 온도는 혼자 있으면 18도 올려야 하고, 일곱 있으면 17도만 올려도 돼. 농기구, 집집마다 트랙터 한 대씩 사는데 공동체로 살면 한 대만 있어도 되잖아. 공동체란 그런 거야.”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남으면 남는 대로 조금씩 손해 보면서 산다. 규율이 있는 것도 아닌데,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베풀며 사는 게 자연스럽다. 출소자들과 더불어 사는 ‘오두막공동체’ 최영희 권사의 생각은 이렇다.
“옛날 우리 마을에는 좀 모자란 사람도 있었고 성질 나쁜 사람도 있었어요. 그래도 마을 공동체에서 그들이 받아들여지고 오히려 마을에 활력을 주기도 했거든요. 우리가 그런 공동체를 만들 거예요. 장애인과 노약자가 함께 살면서 서로 도울 수 있도록 하는 거지요.”

껄끄러운 사람과도 더불어 산다. 그이들과의 만남이 삶을 꾸리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음에 스스로 감동하기도 한다. 누구 하나 따로 떼어놓지 않고, 잘 살아보자 의지를 다진다. 그러고 보면 더불어 산다는 것은 외모, 능력, 성별 따위에 상관없이 누구와도 어울렸던 예수를 닮아가는 일이다.


둘, 자연을 친구 삼다

공동체는 그들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감의 소중함을 몸으로 알기에, 사람뿐 아니라 자연을 소중히 여긴다. 유기농 농사를 짓는 것도 그런 이유다. 민들레공동체에서도 벼농사, 들깨, 옥수수, 밀 등 농사를 많이 짓는데, 농약을 안 치기 때문에 할 일이 많다. 벼농사는 제초제 대신 우렁이를 넣는데 물 위로 난 모 말고 작게 올라오는 잡초를 우렁이가 다니면서 먹는다. 그렇게 농사지은 것으로 공동체 식구들이랑 학생들까지 족히 50명이 먹고 살고 있다.

사람과 더불어 사는 ‘기술’을 터득한 이들은 자연과도 건강한 관계를 맺는다. 하나같이 유기농 농사를 고집한다. 하루 200개씩 생기던 달걀의 수가 15개로 줄었는데도 유기농 사료 만드는 걸 포기하지 않는다. 결국, 그 뚝심이 토착미생물 등을 활용한 유기농 사료를 개발로 이어진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수확량이 아니다. 
“씨앗을 심으면 싹이 나는 게 당연한데 거기에 농약을 친다거나 인위적으로 비료를 준다면 경쟁과 탐욕이라는 부정적 결과를 낳지 않을까요? 우리 형제들은 풀과 동물의 분뇨, 심지어는 자신들의 분뇨를 썩혀서 만든 퇴비 냄새를 맡으면서 자신들의 삶도 비록 썩어진 삶이었지만 이제는 이렇게 새 생명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셋, 하나님을 만나다

경남 거제에는 ‘해뜨는 바다’ 공동체가 있다. 알로에 효소를 만드는 이들이다. 바다에서 생활하는 어부들의 월급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내들이 거제의 특산물인 알로에로 효소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들만의 특별한 발표비법은 ‘사랑’이다. “사랑한다” 말하며 알로에 효소가 담긴 항아리를 쓰다듬는다.
특히 중요한 건 마음가짐. 이들은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작업을 하지 않는다. 작업하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물 입자가 변해 맛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책에서 본 다음부터다. 그래서 발효실에 항상 음악을 틀어놓고 엄마가 아이 매만지듯 항아리를 쓰다듬는 것이다.

그래서 더불어 산다는 것은 또한 사랑을 배우는 일이다. 그리고 사람을 벗 삼아, 자연을 친구로 여기다 보면 어느덧 하나님을 만난다. 충남 천안에 있는 ‘한국디아코니아자매회’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주변에 고라니가 다니는 걸 보고 물었다.

“고라니를 직접 키우시는 거예요?”
“허허. 우리 하나님이 키우는 거지요.”
“이건 독특하게 생겼네요? 이름이 뭐예요?”
“고사리과 나물인데 이름은 고비예요. 손이 많이 가긴 하지만 고사리보다 훨씬 맛있죠.”
“여기서 먹는 나물은 전부 직접 기르시나 봐요?”
“아니에요, 하나님이 키운 거 그냥 가져와서 먹어요.”

더불어 산다는 것, 얼마나 좋은가.


※ 이종연 기자는 기독교 월간지 <복음과 상황>에서 일하며 4년간 공동체 기행을 다녔다. 사진은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개척자들’을 방문했을 때. 그는 돌아본 공동체들이 모두 마음에 들었지만, 가장 살아보고 싶었던 공동체로 ‘개척자들’을 꼽았다. 그리곤 “젊은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발로 뛴 그이기에 들을 수 있는 고급정보가 아닐지. 
그가 다닌 곳은 한국디아코니아자매회, 풀무학교 전공부, 시골집, 민들레공동체, 산위의마을, 그나라공동체, 해뜨는바다, 오두막공동체, 성공회 프란시스 수도회,
예수원, 개척자들 등이다.(사진제공=이종연)


한그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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