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 사랑의 종탑' 세운 하이패밀리 송길원 목사


종소리는, 어쩌면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남아, 끊임없이 영혼을 깨우고, 위로하고, 가야 할 길을 가도록 격려해야 했다. 종소리가 사라진 뒤, 세상은 어쩌면 깊은 수면에 빠져들거나 격한 분노를 삭이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병들어 가는지 모른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의 슬픔은 종소리가 사라진 그 시각부터였는지 모른다.




어느 나라인지 모르지만 서양에서는 시처럼 아름다운, 이런 격언이 있다고 한다.

“길을 가다 종소리가 들리면 사랑하는 세 사람을 떠올리라.”

종소리는, 어쩌면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남아, 끊임없이 영혼을 깨우고, 위로하고, 가야 할 길을 가도록 격려해야 했다. 종소리가 사라진 뒤, 세상은 어쩌면 깊은 수면에 빠져들거나 격한 분노를 삭이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병들어 가는지 모른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의 슬픔은 종소리가 사라진 그 시각부터였는지 모른다.

사람들은 병든 시대를 진단하면서도 그 처방을 내리지 못하였다. 더 가지지 못해서 생긴 병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과학이 더 발전하면 자연스럽게 없어질 병이라고도 말했다. 종소리를 잃어버린 이들의 절망과 상실을 사람들은 결코 알지 못하였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종소리가 사라져서 우리는 고통당하고 있는 거야.” 사람들은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하였지만 시인은 영혼으로부터 들리는 고통의 까닭을 들을 수 있었다.

유안진 선생은 어린 시절 경북 안동에서 신앙생활을 했다. 선생은 그 시절의 추억을 종소리의 청각으로 기억하였다. 고향을 떠나 멀리 서울에서 살면서, 선생은 무엇보다 고향 교회에서 들리던 종소리를 그리워하였다. 선생의 그리움은 그저 향수가 아니었다. 하나님을 향한 잃어버린 첫사랑이 그리웠고, 순수한 영혼으로 스며오던 새벽의 희망이었다. 선생은 그 마음을 “그리운 종소리”란 시로 노래했다.


그리운 종소리

교회마을 십리 밖에
나는 살았다
잠결인지 꿈결인지
새벽이면 들려오는

댕그랑앙앙아아 댕그랑앙아

문풍지 소리만큼
여린 숨소리를
잠귀가 밝았을까
나는 들었다.

일어나아아아 일어나아아아

귀에 익은 어린 음성
소년 예수가
내 귓불에다
그렇게 소곤댔다.

일어나도 잠에 취하여
베개에 얼굴 묻고
무어라 기도했나
생각하지 않지만

아직도 생생한 40년 전 종소리
창호문에 배어드는 새벽물결 같은
파르스름 열리는
소년의 숨결이여

십리 길 멀다 않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너
까망머리 덮고 자는 내 소라귀로
새벽마다 달려오던
그 맑은 숨소리여

서울까진 못 오는가
안동군 엄동면 장터마을 중평교회
나의 첫 교회의
그리운 그 종소리는.

선생의 시는 마치 중요한 과학의 발견처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종소리를 살려야 한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크지 않았고, 결국 또 잠잠해졌다. 하지만 그들은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 세상이 어둡고 평화가 깨질 무렵이면 종소리를 그리워하였다. 종소리가 들려야 한다며 웅성거렸다.


‘153 사랑의 종탑’ 이야기

▶제작자 오의석 교수의 작품설명
세 마리의 물고기 형상이 만나 삼위일체를 이룬다. 이 세 마리의 물고기가 교차하는 꼭대기 곧 종탑의 지붕은 무지개빛 사랑의 형상인 ‘하트’가 놓였다. 물고기 형상의 사다리 구조물에는 153개의 크고 작은 스테인리스 종들이 매달렸다. 가장 높은 곳 가운데에는 강화도 마니산 기도원에서 한국교회 부흥의 역사를 일으킨 100년 된 종을 달았다. 종탑이 선 자리는 하이패밀리 양평 ‘W존’의 기슭은 지리학적으로 공명이 큰 곳이어서 그 울림이 아름답고도 깊다. 종탑 바닥은 석조 계단이며, 153개 국가와 부족의 언어로 ‘사랑해’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다. 종이 울리면 그 소리가 ‘사랑해’라는 뜻을 담아 온 땅에 퍼져나갈 것을 소원하고 있다. 사랑 공명 일치 소통이 작품을 이루는 실마리인 셈이다.
(조각가 오의석은 대구가톨릭대학교 환경조각과 교수이며, 예본조형문화연구소 소장이다.)

▶153
베드로가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깊은 곳으로 가 그물을 내렸을 때 잡은 고개의 숫자가 153이다. 기적의 수이며 순종의 수이다. 하이패밀리는 양평 ‘W존’에 와서 종을 울릴 때마다 심장병 어린이들을 위해 작은 기부를 함으로서 기적의 153마리 고기처럼 심장병 어린이에게 새 생명의 기적을 안겨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또 우리 민족의 신앙을 일깨운 새벽 종소리가 153개의 미전도종족에게 전달되기를 희망하는 마음도 담았다. 153개 종류의 다른 방언으로 ‘사랑해’라고 새긴 까닭이 그것이다. 재미있게도 ‘153 사랑의 종탑’은 153명의 후원자들이 후원하여 제작되었다.

▶사랑 공명 일치 소통
5월 16일 종탑 시종식이 열리던 날, 양평 ‘W존’에는 다문화가족과 새터민가족, 신혼부부, 신생아가족, 최고령부부 등이 참여하여 그 의미를 함께했다.


박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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