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의 진담만담


비틀즈의 전설적인 주역이었던 존 레논의 노래 가운데 ‘이매진’(Imagine)이라는 곡이 있다. 그 가사 일부를 소개하면 이렇다.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live as one.

한번 상상해 봐요, 세상 사람들이 모두 평화롭게 사는 것을.
이런 이야기를 하면 모두들 나를 꿈만 꾸는 몽상가라고 하겠지요.
그렇지만 나만 이런 꿈을 꾸는 것은 아니랍니다.
언젠가 당신도 우리와 같은 마음을 품기를 바래요.
그러면 세상은 모두 하나가 되어 살게 될 거에요.

반전 평화 민권, 이런 단어들이 질풍노도와 같이 시대를 움직였던 1960년대를 지나 좀 차분해진 1971년, 그가 이 노래를 발표하자 세계는 그의 노래를 주목했다. 그리고 열광했다. 서로를 적대시하는 국경이 사라지고, 종교를 내세운 분쟁이 끝나며, 지구촌의 생명을 모두가 함께 나누어 갖고 서로 형제자매가 되는 그런 세상을 꿈꾸는 그의 음성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치고 좌절한 사람들의 마음에 희망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1980년, 정신이상자의 총에 맞아 짧은 생을 마쳐야 했던 존 레논의 말 가운데 그의 평생의 신념과 가치관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All we are saying, is give peace a chance.”
“우리가 말하려는 바는, 평화에 기회를 주자는 것입니다.” 평화에게 기회가 돌아가기도 전에 평화의 가치를 아예 묵살해버리는 세상에 대한 일깨움이라고 할 수 있다.

9.11테러의 주동자 오사마 빈 라덴이 사망했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10년 만에 이룬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5월 1일 빈라덴의 사망 사실을 알리면서 “정의는 실현되었다”고 했다. 과연 그러한가. 또 다른 테러와 피는 피를 부르지 않겠는가.

지난날 이라크의 산하가 미국의 폭격으로 처참해지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포탄에 맞아 죽어갔고, 오늘날 혼란을 겪고 있는 중동의 현실을 보면서 존 레논의 노래가 더욱 가슴에 맴도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아침식사를 하다가 온 가족이 폭격을 맞아 죽고 혼자 살아남은 어머니가 울부짖는 장면을 영국과 인도 언론이 보도했다. 그 어머니는 폭격기 조종사의 얼굴을 꼭 한번 보았으면 좋겠다고 외쳤다. 그가 도대체 누구기에, 무슨 권리로 이런 불행을 자신의 가족에게 안기는 것이냐고 절규한 것이다.

테러에 대한 비난이 전쟁을 정당화시킬 수 없다. 전쟁은 테러를 막는 유일한 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억하심정이 복받친다 해도 테러가 답이 될 수 없듯이, 전쟁 또한 답이 될 수 없다. 폭력은 도리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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