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용의 '땡큐 에세이'


어느 젊은 목사 부인의 이야기다. 외국에서 교육학을 공부한 그녀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 어려운 중등교사 임용고사를 거쳐 교사로 일해 왔다.  1년 동안 일해오던 중 남편이 어느 교회 부목사로 초빙되었다. 어느 날 담임목사 부인이 그녀를 호출했다. 당장 교사를 그만두고 남편 목사를 성실히 내조하라며 무거운(?) 충고를 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교사 일의 중요성을 역설했지만 왕사모님의 전통적 ‘사모론’을 거역할 수가 없어 교사직을 그만두고 말았다.

얼마 전 서울 오륜교회가 특별한 행사를 마련했다. 제5회 사모 리조이스. 전국 교회 목사 부인 800명을 초청하여 2박 3일간 위로하는 자리였다.

나는 ‘소통의 기술’ ‘감사일기 쓰기’를 강의했다. 작은 교회에서 온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의료보험 혜택도 못 받을 정도로 형편이 어려운 이들, 남편이나 교인들과의 갈등으로 속이 숯덩이처럼 타들어가는 이들, 건강이 악화되어 몸과 마음이 찌들어버린 이들이 많단다. 대한민국 목사 부인들이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사모’란 이름은 어법에도 맞지 않는 ‘교회 사투리’다. ‘사모’란 자리는 교회 헌법에도 나오지 않는 ‘비공식적인’ 자리다. 그럼에도 큰 교회는 큰 교회대로, 작은 교회는 작은 교회대로 목회 현장에서는 아주 무겁고 중요한 자리다. 교회의 정식 직원도, 직분자도 아닌 애매한 자리에서 그림자처럼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이들, 이들의 보이지 않는 헌신이 한국교회의 중요한 버팀목이 되어 왔으니 참 고마운 일이다.

그렇지만 이분들이나 자녀들의 고통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모두가 당연시하고 있을 뿐이다. 가장 가슴 아픈 건 이들에게 ‘자기 삶’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울증과 화병, 육체적 질병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여러 통계가 말해준다.

목사 부인들도 자신의 일, 자신의 꿈을 이루며 살아가도록 교회가 놔줘야 한다. 목사 가족들의 사생활을 보호해줘야 한다. ‘사모’라는 무거운 이름 대신 ‘집사’나 ‘권사’라는 평신도 직분을 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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