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명가를 만드는 사람들①

<아름다운동행>이
신앙명가를 만드는 사람들을
찾아갑니다

다시 5월입니다. 2011년의 5월은 짙은 황사와 더불어 시작합니다. 호흡을 방해하고, 피부를 상하게 하며,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흐려져 앞을 전망하기도 어렵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단면입니다. 우리는 오늘을 호흡하고, 지금 살아 있음을 느끼며, 내일을 위해 땀 흘리고 싶습니다. 이런 정직한 꿈꾸기의 한 방식이 ‘명가’에의 도전이라고 믿습니다. 신앙이 잘 계승되어 대대로 하나님과 동행하는 가문,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와 은사를 발견하고 그것을 잘 계발하여 자손들이 제 몫의 일꾼으로 우뚝 세워져가는 가문, 가문이 좋은 공동체가 되어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치를 발견하고 일으켜 세워 절망에 빠져 제 길을 잃어버리는 가족이 없는 가문, 세상을 사랑하고 세상을 위해 희생하신 예수의 길을 온 가문이 좇아가는 세상의 등대 같은 가문, 그런 가문을 일컬어 우리는 ‘신앙명가’라 할 것입니다.
꿈을 꾸어야 할 계절, 이 2011년 5월에 우리 또 하나의 꿈에 도전해 봅니다. 신앙명가의 꿈입니다. <아름다운동행>은 신앙명가를 만들어가는 이들을 꾸준히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들에게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명가의 길이 포착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 왜 ‘신앙명가’인가?

야곱의 인생은 파란만장했다. 야곱이 총리가 된 아들 요셉의 도움으로 바로 앞에 섰을 때 바로와 야곱이 나눈 대화를 기억하는가.

“네 나이가 얼마인가?”

“제가 걸어온 나그네 길의 세월이 130년입니다. 아직 나이가 얼마 못 되어 우리 조상들의 연조에 미치지 못하지만 돌아보니 참 험악한 세월을 보냈습니다.”

요셉을 생각하면 더욱 험악하였다. 그렇게 사랑하던 아들 요셉은 어느 날 피 묻은 옷만 남긴 채 부모 곁을 떠나버렸다. 짐승에 찢겨 죽은 줄만 알고 살아왔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아들에게서 그렇게 오랜 세월을 속아 살았던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됐다. 이보다 더 험악한 인생이 있을까. 어쩌면 눈 먼 아버지를 속이고 장자의 복을 가로챘을 때부터 그의 슬픈 세월은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외삼촌의 집에서도 속고 속이는 세월을 보낸 야곱이었다.

하지만 기억하는가. 히브리서의 기자는 야곱의 그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믿음으로 야곱은 죽을 때에 요셉의 각 아들에게 축복하고 그 지팡이 머리에 의지하여 경배하였으며…”라고 기록하였던 것을…. 이것이야말로 야곱의 일생에서 가장 빛난 순간이었음을 증명하는 게 아닐까.

아브라함도 그랬고, 이삭도 그랬다. 인생의 절정에 초점을 맞춘 이 기록을 통해 우리는 ‘가문의 영광’을 발견한다. 아브라함의 가문은 그렇게 자식들을 축복하며 대를 이어갔고, 그들이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약속과 비전을 대물림하였다. 믿음으로 살다가 믿음으로 죽어갔다는 말은 그렇게 자손들로 향하는 가문의 여정인 셈이었다. 적어도 히브리서의 기자는 그리 해석하고 있다.

최근 <신앙명가, 이렇게 세워라>(쉐마 펴냄)를 펴낸 현용수 박사는 말한다.
“아브라함과 사라는 일평생동안 이삭 1명 목회했고, 이삭과 리브가도 야곱 1명, 야곱과 에스더는 12명을 목회하여 자손 대대로 말씀을 전수하라는 명령을 충실히 지켰기에 600년 후 모세가 창세기를 쓸 수 있었다.”
성서는 이런 의미에서 보면 신앙명가의 이야기인 셈이다. 아브라함도, 이삭도, 야곱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들이 받은 약속은 자연스럽게 그를 통해 이어져 갈 가문이 함께 받은 약속이었음을…. 그래서 자신이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일이란 결국 내 자손들을 향해 그 약속을 나누는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하나님께로 부름 받은 성도의 마땅한 책임이란 사실이었다.


◆‘신앙명가’는 있는가?

“당신을 오늘의 링컨으로 만든 힘이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대한 링컨의 대답을 우리는 한 번 이상 들었다. 반복하면 이렇다.
“내가 잠자리에 들 때나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는 언제나 어머니의 손이 얹혀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기도는 나를 격려하는 축복으로 넘쳤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살던 오두막에는 언제나 구석구석 아들을 축복하시던 어머니의 기도 소리가 가득 했습니다. 내가 선거에서 수 없이 낙선할 때 나를 위로하고 다시 일어서게 한 힘 또한 어머니의 아들을 위한 축복기도였습니다. 그 기도가 지금 대통령으로 직무를 하는 순간에도 제 귓가를 떠나지 않습니다.”

아브라함 링컨을 통해 노예해방의 위대한 역사를 쓰신 하나님의 계획은 가문을 통해 오랜 세월을 두고 내려왔다.

강영우 박사는 UN 세계장애위원회 부의장이고 루스벨트재단의 고문으로 세계의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 향상에 헌신하는 분이다. 오늘의 그가 있기까지 그의 지난 세월 또한 누구보다 더욱 험악했다. 중학생이었을 때 사고를 당하여 실명하였고 곧 고아가 되었다. 그러나 대학을 가고, 아내와 결혼하였으며, 미국으로 유학한 뒤 오늘의 그로 성장하였다.

두 아들을 낳았고, 장남은 어렸을 때부터 아빠의 눈을 고치는 의사가 되겠다고 선언한 뒤 안과 전문의로 성장했으며, 둘째는 변호사가 되었다.

그리고 2009년 1월 16일.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가 정권을 교체하던 그날은 강 박사의 65세 생일이기도 했다. 그날 강 박사는 대통령의 지명으로 상원 인준을 받아 연방정부에서 은퇴하였고, 둘째는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입법 분야 특별보좌관으로 백악관에 들어갔다. 부시와 오바마의 정권 교체 뒤에는 아버지와 아들의 공직 대물림이 있었다.

강 박사가 일궈낸 명가의 힘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진다.

또 이런 가문도 있다. 인천 가천의대 길병원 차한 박사를 둘러싼 가문인데 5대째 신앙을 이어가며 복음을 전하고 세상을 섬기는 데 헌신하고 있다. 증조부는 ‘매서인’이었다. 나귀에 성경을 싣고 지방을 다니며 책을 팔면서 복음을 전한 분들 중 한 분이었다. 외조부는 평양 산정현교회 유계준 장로이다. 주기철 목사가 시무할 때였다. 그는 주 목사 순교 후 교회를 지켰으며 한국전쟁 때도 교회를 지키다 순교하였다. 양 가문에서 수많은 의사와 학자가 배출되었다. 그들이 우리 현대사의 곳곳에서 이름 없이 어둠을 밝히고 꺼져가는 희망을 살려냈다. 그들은 아무도 그들이 홀로 오늘에 이르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상들의 믿음이 이어지고 자녀들을 향한 축복의 기도가 이어졌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그들의 자녀에게도 물려받은 믿음, 곧 하나님께서 그들의 가문을 향해 허락하신 약속을 전하고자 애쓴다. 명가이다.

복음이 들어온 지 겨우 한 세기를 지난 이 땅에도 신앙명가들이 있다.


◆‘신앙명가’는 만들어진다

김승규 장로는 노무현 정부의 법무장관이었다. 김 장로는 8남매 중 5남이며, 8남매가 모두 부모로부터 신앙의 교육을 받았고 장로로 권사로 교회를 섬기며, 교육자로, 기업인으로, 국회의원으로, 행정관료로 물려받은 신앙을 살아내고 있다.

김 장로의 부모님이 8남매를 신앙으로 키워 신앙의 명가를 일궈내기 위해 무엇보다 강조한 가르침들이 있었다.

하루를 기도로 시작하라, 큰 비전을 품고 살아라, 겸손하여라, 꿀벌처럼 남에게 유익을 주어라,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라, 신앙의 가업을 이어라, 이웃에게 봉사하라 등이다.

스스로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게 살며, 그 삶을 자녀들과 나누고 이어갈 때 신앙명가는 만들어진다. 단순히 성공가도를 추구하며 ‘석세스 패밀리’의 스토리를 엮어가는 사람들을 신앙명가라 말하지 않는다.

세상은 여러 가지 길을 자녀들에게 제시하여 따르게 한다. 자녀들이 아직 제 나름의 가치관을 갖기 이전부터 주입시키고 강제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로열패밀리’의 반열에 오를지라도 그 길이 하늘의 뜻을 거스른다면 우리는 그를 ‘명가’로 칭할 수 없다. 로열패밀리는 그저 유전되거나 대물림될 수는 있어도 모든 로열패밀리가 명가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명가는 만들어져 간다. 가문을 향한 하나님의 꿈을 이어가고 그 꿈이 하나님의 것이어서 영광스럽다.

강영우 박사는 말한다.
“인생은 하나님으로부터 와서 하나님의 시각으로 보고 하나님의 방법으로 살다가 하나님께 돌아가는 과정입니다. 제가 깨달은 이 교훈을 제 두 아들에게 가르치고 또 전했습니다. 이렇게 전함으로써 인물은 길러지고 명문가는 만들어집니다.”

2011년 5월. 황사 짙은 오늘 여기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꿈을 만들고자 한다. 신앙의 명가를 만들어 가는 꿈이다. <아름다운동행>이 이제 그 꿈을 함께하려고 한다.

박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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