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앞에 선 그리스도인


월세값이 폭등해 길거리에 나앉게 된 한 가장이, 아내와 아이 둘을 데리고 함께 목숨을 끊었다. 부동산 투기는 이렇게 성큼성큼 다가와 가난한 이들의 목을 조여오고 있다. 많은 이들이 올가을에는 지금보다 더 치명적인 전·월세 대란이 있을 거라 예측한다.


# 전·월세 대란

폭등한 전·월세 때문에 ‘전월세 대란’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가난한 서민들은 더 고통스럽게 됐다. 학생들은 자취방을 구하기 힘들어졌고, 청년들은 집이 없어 결혼을 미룬다. 많은 이들이 더 싼 곳을 향해 이사를 다닌다. 주인들은 소득이 늘었고, 입주자들은 지출이 늘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전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양극화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4월 26일에 열린 ‘전·월세 대란시대,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볼 것인가’ 포럼에서 김영철 새민족교회 담임목사는 “이런 어려운 시기에 교회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부동산 문제에 있어 교회가 자유롭지 못하다”며 안타까워했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교회들이 전월세 교회이기 때문에 그 해결책을 모색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 교회가 부동산 투기의 첨병?

김 목사는 먼저 한국 사회의 토지와 주택 소유에 있어서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토지의 45%를 상위 1%의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다. 50.3%가 무주택자인데, 여러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세대가 16.7%나 된다. 이들이 소유한 집이 전체 아파트의 71%에 이른다.
“부유층이 부동산 투기를 통해 재산을 늘려갈 때, 무주택 서민들은 전·월세 값의 폭등으로 큰 고통을 당해왔습니다. 돈을 낼 수 없어 길거리에 나앉게 된 세입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습니다. 그중에는 아내와 두 자녀와 함께 목숨을 끊은 기독교인도 있었습니다.”

이들을 도와야 할 교회가 오히려 부동산 투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수련관, 기도원, 교인묘지 건축을 빙자해 부동산 투기를 하면서 교회를 성장시키는 곳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일부 목회자는 부동산 매입을 통한 시세 차액이 하나님의 축복이라 설교하기도 한다”며 “교회가 부동산 투기의 첨병이 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전했다.


# 교회는 ‘소유’가 아닙니다

전·월세문제의 해결은 결국 부동산문제의 해결이라고 본 김 목사는 “한국교회의 예배당 사용이나 건축에 대한 사고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에서 목회했던 그는 당시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토론토지역에 한인교회가 250개 정도 있었는데, 그중에 자기 건물을 가진 교회는 10%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교회는 캐나다교회를 빌려서 오후에 예배를 드렸지요. 캐나다에서 제일 큰 개신교 교단인 캐나다연합교회는 교회를 ‘소유의 개념’으로 보지 않고 ‘사용의 개념’으로 봅니다.”

그는 인구가 줄어 교회가 통폐합되는 경우, 교회를 사회복지기관으로 전용해 양로원이나 공동주택 등으로 사용하자는 의견도 제기했다. 교회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부동산 투기를 막아보자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좋은 방법은 주택을 소유한 교인들이 전·월세 가격을 올리지 않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성도들이 전세금을 동결하거나 낮추어 부동산 투기의 흐름에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05년 발표된 바 있는 ‘토지정의를 위한 기독교인 선언’을 인용해 전·월세 대란 시대를 맞은 그리스도인들에게 다섯 가지를 권면했다. 땅을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주고, 노예들을 풀어주는 구약 토지법 ‘희년’을 선포하기 위해서다. 가난이 대물림되지 않게 하기 위한 요청이다.

첫째, 무주택 서민에게 피눈물을 강요하며 한국 경제를 크게 해치는 부동산 투기를 결코 하지 말자!
둘째, 지금까지 부동산 투기를 하였거나 의도하지 않은 부동산 불로소득을 얻은 교회와 기독인은 그 불로소득을 자발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환원하자!
셋째, 부동산을 소유한 기독인들이 앞장서서 부동산 투기 근절과 토지 정의 실현을 위해서 부동산 보유세를 기꺼이 더 낼 테니 부동산 보유세를 대폭 강화하라고 정치권에 촉구하자!
넷째, 정치권이 통일을 준비하는 큰 정치를 위해 공의롭고 개혁적인 부동산 정책을 실행할 수 있도록 교회와 기독인이 견인하자!
다섯째, 축복된 통일을 위해 북한에 토지를 남겨 두고 월남한 기독인은 그 토지를 자발적으로 포기하자!


이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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