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과를 먹은 인간들은 스스로 선악을 결정하고자 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자식은 부모에게, 제자는 스승에게, 스승은 제자에게, 동료가 동료에게, 그들은 만인이 만인의 선악을 판단하고 그들의 자격을 박탈하력 합니다. 바로 자기 자신에게 생명을 부여하고, 아버지의 자격을 부여하고, 스승의 자격을 부여한 하나님이 따로 있음을 망각한 채 말입니다. 그들은 그들의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그들이 경험한 것이 기준이고, 때로는 돈, 또 외모, 업적 등으로 판단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판단은 결국 하나님이 부여해주신 ‘관계’를 허물고 맙니다. 

아 정가원이 떠오릅니다. JK그룹 사람들의 집 ‘정가원’은 그들만의 법과 그들만의 계급이 존재하는 ‘치외법권지대’입니다. 공순호 회장이 피라미드의 꼭지점에 해당한다면 나머지 세 아들과 세 며느리, 그리고 딸이 꼭지점을 향해 전쟁하며 진군합니다. 둘째아들 동호가 사랑하여 결혼한 김인숙은 스스로 ‘로열패밀리’라고 자부하는 정가원 사람들에게는 탐탁지 않은 배경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래서 정가원 사람들은 집안의 큰어른인 공순호 회장의 입을 흉내 내어 김인숙을 ‘K’라고 부릅니다. 남편이 헬기 사고로 죽고, 남편의 사고소식을 정가원에서 가장 나중에 알게 된 그녀가 남편의 장례식장에 달려와 쓰러질 때 공 회장은 정가원의 집사에게 명령하지요, “저거 치워!” 얼마 전 끝난 드라마 <로열패밀리> 이야기입니다.

관계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사람이 사람을 향해 “저거 치워!”라고 말할 수 있지요. 자신이 사람을 향해, 며느리를 향해 “저거”라고 말하는 순간 자신 또한 ‘저거’로 전락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로열패밀리는 계층과 계층, 기업과 기업, 권력과 권력 사이의 거래를 통해 형성됩니다. 정치실세의 딸과 대기업의 아들이 부부가 되었고, 기업과 기업의 주인이 사돈이 되었지요. 그러나 여기서 부부와 사돈이란 관계는 여느 사람들이 생각하는 단어의 의미와 사뭇 다릅니다. 그들에게 관계는 부정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관계와 관계를 이어주는 여러 가지 가치들, 그러니까 효(孝)니, 친(親), 별(別), 의(義)니 하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여 정가원에서는 사람과 짐승의 경계가 모호해집니다. 그런데 큰일입니다. 대한민국이 온통 정가원의 로열패밀리를 지향하고 있다는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야말로 거대한 이단이며 우리의 ‘주적’이 아닐까 싶은데…, 그들이 너무 가까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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