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식물원

7세 수준의 ‘바보 아버지’ 봉영규(정보석)가 일하는 곳입니다. 봉영규는 비록 ‘바보’이지만, 그가 키운 꽃은 시든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봄이 되어야만 벚나무가 보이는 분들에게 꽃박사 봉영규가 근무하는 평강식물원을 추천합니다.

지하철 5호선 안이 꽉 찼습니다. 아무리 주말이라지만 웬만한 출근 시간보다 사람이 많았습니다. 유명 연예인의 콘서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국가대표 축구경기가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알고 보니 여의도 벚꽃축전을 가는 이들입니다. 괜히 심통이 나서 페이스북에 몇 글자 적습니다.

‘평소에 자연 꽤나 사랑했던 사람들처럼, 때가 되면 벚꽃놀이를 가는구나.’

사실은 저에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다음 주에는 비가 오니, 이번 주말에 꼭 봐야 한다는 친구의 설레발에 불안했던 것입니다. 혹시나 이번 봄은 벚꽃 구경 제대로 못 하고 넘어가는 게 아닌가 초조한 마음에 남산을 향하고 있었던 거죠. 평소에 자연 꽤나 사랑했던 사람처럼, 못 보고 지나치면 굉장히 큰 손해를 보는 것처럼 말입니다.

남산에는 벚꽃보다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사진 찍는 사람이 제일 많았고, 그다음으로 연인들이 많았습니다. 사진 찍는 연인들이 가장 많았다는 거지요. 그래도 벚나무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최고의 배경이 되어주었습니다.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니 산책하는 이들의 통행에 불편을 줬고, 사람을 피해 찍으려니 벚꽃이 제대로 담기지 않아 속상했습니다. 사람을 피하느라 피곤한 몸으로 산책길을 내려오는데 ‘마음껏 자연을 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자연 꽤나 사랑했던 사람처럼 말이지요.

그런데 그날 저녁, MBC 주말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를 보는 중이었습니다. 제가 보고 싶어 하던 그 자연경관이 펼쳐졌습니다. 7세 수준의 ‘바보 아버지’ 봉영규(정보석)가 식물관리사로 일하는 곳이었습니다. 봉영규는 비록 ‘바보’이지만, 그가 키운 꽃은 시든 적이 한 번도 없고, 식물관리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에는 ‘잘난’ 인물 여럿 나오지만, 그중 자연 꽤나 사랑하는 사람은 ‘바보’ 봉영규 하나뿐입니다.



 

 

그가 일하는 곳이 궁금해졌습니다. 그곳이라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수소문 끝에 알게 된 그곳은 포천의 평강식물원. 아시아 최대 규모인 1,800여 평의 암석원이 조성되어 있고, 백두산, 한라산, 히말라야 산맥 등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 식물을 포함해 약 7,000종의 식물을 관리하고 있답니다. 총면적이 18만여 평이나 됩니다.

벚꽃 구경 갔다가, 넘치는 사람 때문에 짜증이 났던 이들이라면 한 번쯤 들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적어도 사람을 피해 다녀야 할 일은 없을 것 같네요. 특히 오는 5월 29일까지 이곳에서 ‘세계고산식물전’도 열린답니다. 알프스나 로키 산맥에서나 서식하는 희귀식물 500여 종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백두산과 히말라야 고산의 모형을 재현해 특별한 볼거리도 제공된다고 하네요. 하루만큼은 이런 곳에서 자연 꽤나 사랑하는 ‘바보’가 되어봄은 어떨까요?

이곳을 세트장으로 사용하는 <내 마음이 들리니>의 제작 의도는 분명합니다. 청각장애인이 아니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는 가족과 사회의 슬픈 현실을 담는 것이죠. 들을 귀가 있으면서도 듣지 못하는 우리네 삶을 풍자하는 것이죠. 우리는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잖아요. 봄이 되어야만 벚나무가 보이는 우리들에게 이 드라마와 평강식물원이 눈과 귀가 되어주길 기대해봅니다.


- 행사명 : 2011 평강세계고산식물전
- 일  시 : 2011년 4월 16일 ~ 5월 29일
- 장  소 : 평강식물원(경기도 포천) 암석원과 알파인 하우스 및 전시장
- 문  의 : 031-531-7751,
www.peaceland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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