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일수록 해롭다’
어느 월간지 기사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고소득일수록 해롭다니요. 노력한 만큼 돈을 버는 것 아니었나요?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일수록 그에 ‘합당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게 아니랍니다. 물론 기업의 입장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사회의 입장에서는 아니라는 거지요. 얼마 전 <New Economic Foundation>(신경제재단)이 발표한 연구 보고서를 인용하고 있었습니다. 소득 최상위층과 최하위층을 선별해 직업활동에서 창출되는 ‘사회적 가치’를 서로 비교했답니다. “소득과 사회적 가치가 반비례한다”는 이 흥미로운 보고서를 소개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기사 중 일부를 가져와 봅니다.


먼저 6.10파운드(약 7유로)의 일당을 받는 재활용 사업장의 노동자를 조사했다. ‘이 노동자가 사회에 기여한 사회적 가치는 임금 1파운드당 12파운드’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면 ‘소득이 50만~1천만 파운드나 되는 거물급 투자 은행가는 경제적 가치 1파운드를 생산할 때마다 사회적 가치 7파운드를 파괴’하고 있었다. 같은 방식으로 최상위 소득층의 직업 기여도를 모두 합산해봤다. 결과는 마이너스였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적 가치’란 무엇일까요? 한 마디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가?” 입니다. 그 직업이 경제나 환경,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한 거지요. 긍정적 가치와 부정적 가치로 나누기도 합니다.


‘광고업의 경우 1파운드의 긍정적 가치에 대해 11.5파운드의 부정적 가치가 발생’했다. 광고업계 간부사원의 경우 ‘1파운드의 경제적 가치를 생산할 때마다 다른 한편으로 11.5파운드의 사회적 가치를 파괴’하는 셈이었다.
병원 청소부는 정반대의 결과를 나타냈다. 청소업은 일이 고되고 눈에 잘 띄지 않을뿐더러 별로 인정도 받지 못하는, 보수와 처우가 나쁜 직종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의료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데 일조하고 있으며, 병원 내 감염을 줄이는 일에도 기여한다. 연구원들은 청소부 한 명을 추가할 때 발생하는 의료 이익에 관한 <영국의학저널>의 논문과 병원 내 감염으로 인한 비용을 토대로, ‘청소부의 월급 1파운드가 10파운드 이상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연구자들은 “해로운 직업에는 오히려 과도한 임금을 지급하고, 다수에게 이로운 직업은 무시당하는 현행 임금체제의 혁신”을 제안합니다. 영국만의 문제겠습니까? 한국도 마찬가지지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일한 만큼의 돈을 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적은 월급’ 탓에 사회적으로도 천대를 받습니다. 부당한 대우를 당합니다. 사람의 가치를 월급에 따라 매겨버리는 슬픈 세상입니다. 오늘만큼은 ‘저소득일수록 이롭다’라는 명제를 안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투명인간이던 이들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고마운 사람들뿐입니다. 


하나님, 암울한 세상, 비틀거리는 사회가 아직까지 지탱해오고 있는 것은 이름 없이 묵묵히 일해 온 이들의 희생 때문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언제까지 그들의 왜소한 어깨 위에 이 사회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해야 합니까? 그들의 외침에 귀 기울여 주시고, 그들이 이 사회에서 걸맞은 대우를 받게 하소서.

이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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