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고난주간 특수를 타고 흥행했던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기억하시나요? 십자가에 달리시기까지의 숨 막히는 과정을 세부적으로 묘사해 화제가 됐습니다. 살점을 뜯어내던 그 무시무시한 채찍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주변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제법 들려왔었죠.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감수성이 제로였는지라, 예수의 고난에 가슴 깊이 동참하기보다는 ‘정말 아프셨겠다’ 남의 일 보듯 육신의 고통을 ‘관람’하고 말았습니다. 좋아하던 고기도 끊어보고, 휴대전화 사용도 자제해봤지만, 예수의 고난에 동참한다는 본래 취지는 어디에 가고, 퍼포먼스에만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초강수’를 고민하던 중 서점에서 <가장 길었던 한 주>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4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에는 예수가 십자가에 달리기 전 일주일의 기록입니다. 정확하게 33년 3월 28일부터 4월 5일까지의 사건입니다. 특히 역사, 고고학, 신학을 넘나들며 당시의 정황들을 예리하게 포착해냅니다.
저자는 이 일주일이 생각보다 어둡고 복잡했다고 말합니다. “정치와 이중 거래와 배반과 타협이 얽힌 드라마이고, 지축을 흔드는 믿기 어려운 사건이며, 실패로 보이지만 영광스러운 승리를 담은 이야기”라고 말입니다.

예수가 당한 고난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그것은 어떤 환경에서 벌어졌으며, 무슨 의미를 갖는지를 있는 그대로 느끼고 싶었습니다. ‘적용’이라는 틀로, 그분의 고난을 축소하지도 왜곡시키지도 않으면서 그때 그 시간의 예수를 만나고 싶습니다.
이번 고난주간은 이 책을 통해 하루하루 예수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려 합니다. 핏물이 낭자하게 흩어지는 영상으로는 전달될 수 없었던, 예수의 순도 높은 고난에 깊숙이 동참해 보려 합니다.

이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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