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예능프로에 등장하더니, 지금은 ‘국민할매’라는 애칭을 얻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긴 머리에 쭈구리고 앉아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할머니거든요. 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 씨 말입니다. 록정신(?)을 버렸다며 비판도 받았지만 요즘엔 제법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다사다난한 인생을 살아온 덕(?)에 그의 일대기가 KBS에서 <락락락(락Rocks樂)>이라는 4부작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지금껏 험난한 인생을 살아온 그였는데, 끝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출연하고 있는 예능프로 <남자의 자격>에서도 큰일을 한번 치른 것입니다. 출연자들이 모두 건강 검진을 받는 테마였는데, 태원 씨가  바로 위암이었습니다. 제작진은 할 말을 잃었고, 태원 씨도 눈앞이 캄캄해졌지요. 하루에도 수천 번씩 죽음과 삶을 오가는 고뇌에 빠집니다. 극단적인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외로움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공황상태에 빠졌던 그가 어떻게든 살아야 겠다 마음먹은 건 가족들 때문이었답니다. 다행히 초기단계였기 때문에 두 차례 수술을 받은 후 완치되었습니다. 수술 후 3일 만에 콘서트를 소화해내 진정한 프로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지요.

최근 그가 오디션 프로의 심사위원(멘토)으로 나서, 가수의 꿈을 키우는 사람들을 평가하고 지도하고 있습니다. 냉혹한 평가가 독설로 오가는 그 살벌한 현장에서, 참가자들을 평가하는 태원 씨의 기준은 ‘아름다움’입니다. 참가자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겁니다. 그는 참가자들 속에서 자신의 삶을 투여시킵니다. 누구나 선생님의 사랑을 고파하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선생님께 수십 대의 따귀를 맞아 울고 있는 자신을 봅니다. 차마 학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운동장 주변을 맴돌았던 상처받은 아이를 봅니다. 그러다보니 상처를 안고 있고, 콤플렉스를 가진 이들에게 정이 간답니다. 어렸을 때의 자신이 떠올라서지요.

최근에는 한 토크쇼에서 자신이 왜 ‘기러기 아빠’일수밖에 없는지를 밝혀 화제가 되었습니다. ‘마음의 병’이 있는 자신의 아들 때문이었는데요. 11살인 아들과 아직 한 번도 대화를 해본 적이 없답니다. 아들을 보는 주변의 시선을 견디지 못해 외국에서 살 수밖에 없다는 거였죠. 대본에도 없는 부분이었답니다. 숨겨왔던 사실을 왜 굳이 지금 밝혔을까요? 그의 말 중 일부입니다.

“제 와이프는 너무 큰 상처를 받았어요. 아이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한테요. 제 아내가 필리핀에 있는 이유입니다. 제가 오늘 여기서 말하는 이유는, 아내가 (사람들의) 시선에 상처를 받고 떠났듯이 그런 아이들이 많을 거예요. 밖에 나오지 않는 것뿐입니다. 너무 아파서…. 그 시선이. 같은 아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자신들과 같은 이유로 고통을 받는 이들을 위해서였습니다. ‘국민할매’라는 별명에 걸맞게, 요즘 그에게서 참 많은 것을 배웁니다.

이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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