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분비내과 의사들은 ‘333법칙’을 주장한다. 감량을 위한 행동은 3주가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효과가 나타나서 습관이 되려면 3개월이 지나야 하며, 이 습관이 평생의 체질로 굳기 위해서는 3년이 걸린다고 한다.


체중감량은 현대인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의 하나다.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면 건강에도 좋고, 균형 잡힌 몸매를 가질 수 있어 매력적이다. 첫 인상이 취직에도 큰 영향을 미칠 만큼 현대는 외모가 경쟁력이 되었다. 그래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체중감량과 다이어트 컨트롤(이하 다이어트)에 열심이다. 하지만 다이어트는 가장 성공하기 어려운 몇 가지 가운데 하나다.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빨리 살을 빼려는 욕심으로 짧은 기간에 무리한 감량계획을 세우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빠른 게 선이어서, 시간을 두고 기다리는 데 익숙하지 않다. 물론 ‘빨리빨리’ 문화로 말미암아 PC, 반도체, 휴대전화 등 속도의 중요성을 가미한 산업분야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있었다. 다이어트도 한 달에 5kg 이상 감량을 해야 직성이 풀리고 3개월 이상 걸리는 다이어트 코스에는 관심도 두지 않는다. 다이어트를 제대로 꾸준히 해보지도 않고 며칠 해보고 포기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기가 십상이다.


다이어트는 ‘3년 농사’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그시 참고 지속하는 끈기가 필요하다. 조급하게 여기지 말고 천천히 꾸준해야 한다.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져야 하고, 행동이 지속되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지속되어 체질이 바뀌어야 성공한다. 다이어트를 가르치는 내분비내과 의사들은 ‘333법칙’을 주장한다. 어떤 방법이든지 감량을 위한 행동은 꾸준히 하여 3주가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효과가 나타나서 습관이 되려면 3개월이 지나야 하며, 이 습관이 평생의 체질로 굳기 위해서는 3년이 걸린다고 한다. 즉 다이어트는 3년 이상을 계획하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우리에게 거의 실천 불가능한 우주의 시간이다.

그러니 3년은커녕 3개월도 채 못 미쳐서 운동과 다이어트는 포기하고, 지방흡입술을 하는 병원 앞을 서성이거나, 단 기간에 체중을 감량한다는 약품을 파는 홈쇼핑 채널을 기웃거린다. 혹해서 산 운동기구는 몇 번 해보고 근육이 뭉쳐 아플 때가 지나면 아예 잊어버리고 침대 밑이나 창고에 처박히고, 큰맘 먹고 산 러닝머신은 빨래걸이로 둔갑한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들의 비결을 물어보면 한결같이 재미를 느끼라고 말한다. 재미가 느껴질 때까지만이라도 꾸준히 운동과 다이어트를 지속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체중이 계속해서 줄기 시작하고, 허리 띠 구멍이 하나씩 줄거나, 거울에 비친 턱선이 달라져서 재미를 느끼게 되고, 이렇게 되면 의지의 영역에서 벗어나 좋아서 하게 된다. 그러므로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3주 이상 결심을 지속하는 게 핵심인 셈이다.

또 한 가지 체중감량에 실패하는 까닭은 오늘 시작하지 못하고 언제나 내일 시작한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내일은 희망이지만 다이어트에 있어 내일은 없다. 오늘 해야 한다. 그런데 언제나 맛있는 음식은 오늘, 지금 내 눈앞에 있어서 오늘만 먹고 내일부터 시작하자고 타협한다. 그리고 내일이 되면 내일은 또 오늘이 된다. 그러니 내일은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그렇게 마냥 운동, 체중감량은 내일 시작하는 것으로 미루고 오늘은 마음껏 먹는다. 아예 포기하고 그래 얼마나 찌나 보자며 허리띠까지 풀어 놓는다. 그리고 곧 후회한다. 체중감량과 다이어트는 의지의 문제이기 이전에 행동으로 옮기기가 어려운 것이다. 생각이 행동이 되는 것은 그래서 쉽지 않다.

이렇게 나약해서는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없다. 이래가지고 뭘 하겠나, 생각하고 맘을 굳세게 가져야 한다. 또 다이어트에 들어가면 구속력을 가지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나는 다이어트 중이다’라고 소문낸다. 동료들과 같이 점심을 먹을 때도 밥은 반 공기, 저녁에 회식이라도 나가면 먹는 시늉만 하다가 집에 온다. 주변 사람들에게 다이어트를 한다고 말해놓고 양껏 먹을 수는 없다.


그러니 우아하게 조금만 먹는 척할 수밖에 없다. 늘 주린 배를 쥐고 집에 온다. 그대로 자면 다이어트에 성공이고 좋으련만 이제 누가 보는 사람 없으니 그야말로 밥통을 끌어안고 만다. 체중감량에 성공하려면 거꾸로 해야 한다. 혼자 있을 때는 절제해서 먹고, 동료들과 있을 때는 충분히 식사를 해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여우 같이 해야 한다. 정말 송곳으로 허벅지를 찔러도 웬만한 의지로는 어려운 것이 체중감량이다.


밥상머리교육부터 시작하라

맛있는 음식이 천지에 널려 있고, 예전에 맛보지 못한 고칼로리 음식이 언제나 우리를 유혹하는 세상에서 적절하게 섭식을 하는 것은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쉽지 않다. 더욱이 저녁모임문화가 활발하고 집단음주가 보편화 되어 있는 우리 사회에서는 더 어렵다. 그러므로 올바른 식습관을 갖고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려면 바르게 먹는 방법을 교육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교육이고, 초등학교에서부터 가르쳐야 할 필수과목이다.


밥 먹는 것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가라고 묻겠지만, 오늘날처럼 모두가 대학입시에 몰두하여 다른 모든 중요한 것들을 간과하는 세상에서는 정말 중요한 교육이다. 왜냐하면 건강한 신체 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이것이 가장 효과적인 질병 예방방법이기 때문이다. 적절한 음식을 골라 알맞게 식사하는 것도 배워야 한다. 가난한 시절에는 이걸 가르칠 수 없었고 가르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이젠 가르쳐야 할 때다. 올바른 식습관은 학교에서 뿐 아니라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가르쳐야 한다.

부모와 함께 식사를 하는 일은 아이들의 정서에도, 자신감에도, 성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한다. 아침을 먹는 아이들의 성적이 아침을 거르는 아이들의 성적보다 높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부모와 같이 하는 가정에서의 식사는 모든 교육 중의 으뜸이요, 요즘처럼 부모와 이야기할 시간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보약과 같다. 봉급 쪼개 학원에서 사교육하지 말고 시간 쪼개 집에서 식사교육을 해야 한다. 밥상머리교육이야말로 오늘날 우리 부모들이 만사를 제쳐놓고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 교육이 다이어트를 성공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다.

최은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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