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수 선교사가 기억하는 빌 브라이트 목사

그는 늘 월세 집에서 살았고, 차를 소유하지 않았으며, 저축 통장도 없었고, 자녀들에게 유산도 남기지 않았다. 퇴직금은 러시아 사역을 시작할 때 모두 사용되었고, 템플턴상 상금은 금식기도운동을 일으키는 데 사용했으며, 수십 권에 이르는 책의 인세도 사역을 위해 사용했다.


겸손한 지도자 빌 브라이트, 나는 그의 리더십을 ‘노예 리더십’이라고 부른다. 나는 CCC의 사역자로서도 그렇지만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 빌의 리더십과 삶을 배우고 싶다. 내가 만난 빌 브라이트, 그리고 그의 가족과 또 많은 사람들로부터 들은 그의 이야기들을 통해 어느새 내 인생의 한 사람으로 돋을새김 되었다.

 


이야기 하나.

1966년 빌이 전북대학교에서 명예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방한했을 때의 일이다. 행사를 마치고 한국 CCC 간사들은 그와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수양관에서 철야모임을 하였다. 한창 성장하던 한국 CCC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던 빌은 늦은 밤까지 간사들과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간사들은 아래층에서, 빌은 2층 강사실에서 잠을 잤다.

다음날 새벽, 수행했던 미국 간사는 그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방으로 올라갔으나 빌은 방에 없었다. 수양관 내부를 뒤져도 빌은 나타나지 않았다. 밖으로 나가기 위해 대문을 열고 나가자 그곳에서 빌을 발견했다. 그는 신발장 앞에서 한국 간사들의 구두를 손수 닦고 있었다. 그리고 머쓱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렇게 헌신되고 신실한 한국 간사들로부터 넘치는 감동을 받았다네. 그런 내 마음을 이렇게 구두를 닦아 주는 것으로 표현하고 싶었네.”


이야기 둘.

빌은 지상명령 성취에 헌신하였고, 1초도 허비하지 않겠다고 작정한 사람이다. CCC가 창설된 초반부터 그의 일정표는 모임과 사역 일정들로 가득 차 있었다. 누가 봐도 그는 사역중심의 사람이라고 할 만했다. 그러나 그는 사역과 가정, 간사 가족들과의 팀워크에 균형을 이루고 살았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CCC 사역자들에게 당부했다. ‘첫째는 하나님, 두 번째는 가정, 그리고 세 번째는 사역’이라고. 빌은 아내 보넷과 모범적으로 동역했으며, 자녀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는 데도 모범적이었다. 그의 두 아들은 모두 입양된 아이들이었고, 할 수 있는 온 힘을 다해 아이들을 사랑했다. 그의 사무실에는 아이들과 연결되는 핫라인 전화가 있었는데 중요한 전략회의를 하던 중에도 그의 자녀들에게서 전화가 오면 항상 모임을 잠시 중단하자고 제안한 뒤 아이들과 통화를 했다.

간사들에 대한 애정도 남달라서 ‘간사들이 기뻐할 때 같이 기뻐하고, 고통을 당할 때 같이 고통 당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다. 그는 간사들의 경조사를 우선순위로 챙겼으며, 상을 당하는 사람이 있으면 가장 먼저 달려간 사람이 빌이었다. 그의 오랜 개인 비서였던 커트 맥키는 빌의 집 근처에 살았기 때문에 그의 집을 자주 방문했다. 한번은 중요한 결정을 하기 위해 그의 집을 찾아갔는데 빌은 커트가 서류가방을 열기도 전에 소매를 끌고 주방으로 들어가 자기가 개발한 요리라며 특별요리를 만들어 대접했다.


이야기 셋.

그는 성경적인 소유의식으로 철저한 지도자였다. 빌이 CCC의 재정을 충당한 이야기는 기도와 기적적인 응답으로 충만했다. 주님에 대한 철저한 신뢰와 순종이 이런 기적을 가져왔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빌이 CCC를 세계적인 사역단체로 만들었다는 것은 천문학적인 재정이 투자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많은 물질은 기도를 통해 주님이 주신 것이었는데, 주님께서 빌에게 그렇게 많은 물질을 맡기신 데는 빌이 가진 소유의식, 곧 물질의 소유주는 주님이시고 우리는 그의 종으로 그분의 일을 한다는 확신이 명확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는 CCC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주님께 드렸다. 그의 생명, 아내, 가정, 자동차, 사업, 물질 등 모든 것을 주님께 드린다고 계약서까지 썼다. 간사들의 숙식과 월급을 그의 회사에서 나오는 이익금으로 충당하던 것도 개인 모금제도로 바꾸었다. 이것은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신에게 쏠린 소유권 의식을 양도한 결정이었다. 간사들은 빌에게 고용된 직원이 아니라 모두가 동일하게 주님의 사역자들이라는 의식을 갖도록 한 것이다.

사역이 커지면서 재정규모도 커졌지만 빌에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늘 월세 집에서 살았고, 차를 소유하지 않았으며, 저축 통장도 없었고, 자녀들에게 유산도 남기지 않았다. 퇴직금은 러시아 사역을 시작할 때 모두 사용되었고, 템플턴상 상금은 금식기도운동을 일으키는 데 사용했으며, 수십 권에 이르는 책의 인세도 사역을 위해 사용했다. 이 땅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그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위대한 것을 남기고 떠난 지도자였다.

박태수 선교사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