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지진으로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땅이 동쪽으로 조금씩 이동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지구의 자전축도 바뀌었다고 한다. 지구 전체에 엄청난 충격이 온 것이다.

지구촌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큰 충격이 왔고, 아직도 여진이 있는 것 같다. 대자연 앞에서 우리 인간이란 과연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를 모두 실감했으리라. 그래서인지 다들 마음이 조금씩 겸손해지고 가난해진 것 같다. 직접 당한 일본도 그렇고, 평소 일본과 사이가 좋지 않던 나라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본을 돕고 있다. 인심 좋은 우리나라도 지리적으로 제일 가까운 나라답게 제일 따뜻한 마음으로 일본을 위로하고 돕고 있다. 독도로 인한 섭섭함이나 옛날 우리를 침략한 나쁜 기억은 잠시 묻어둔 채.

이번 사고를 방송으로 접하자니 ‘0’이라는 숫자가 계속 떠오른다. 성경에 나오는 ‘적신’(赤身)이라는 단어도 떠오르고. 우린 “우린 원래 이러이러한 거”라는 착각에 빠져 우리가 지니고 누리던 것을 당연시하며 산다. 그렇지만 우리는 원래 아무것도 갖지 않고 태어났고, 지금 우리가 갖고 있고 누리는 것들은 사실 내 것이 아니다.

베르네라는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품는데 그것은 하나(1)와 무(無)의 차이가, 하나(1)와 천(千)의 차이보다 크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하나(1)와 무(無)의 차이’란 실로 엄청난 것인데, 우리는 ‘하나(1)와 천(千)의 차이’를 놓고 씨름하고 갈등하는 것 같다.
요즘 우리 기독교계에서는 정치인이나 비즈니스맨보다 더한 욕심으로 물을 흐려놓고, 불필요한 말로 큰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사람들이 생겨서 고민이다. 사순절을 맞으면서 우리의 영성을 더 깊이 하는 데 힘썼으면 한다.l 

누군가 이런 애기를 했다. “참된 영성이란 자신을 0(Zero)에 놓는 것이다” “원래는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감사가 넘칠 것 같다. 오늘도 우리 일상의 하찮아 보이는 것들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며, 그 속에서 누리는 순간순간의 ‘평안’(샬롬)이 얼마나 감사한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일본 땅의 여진은 빨리 가라앉아야 하지만, 내 마음의 이런 여진은 오래 갔으면 좋겠다.

이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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