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무슨 꽃이죠? 한국말로 뭐라고 불러요?”
몇 년 전부터 알고 지낸 일본인 할아버지가 길가에 아무렇게나 피어 있는 꽃을 보고 물었습니다. 20년 넘게 보아왔던 ‘평범한’ 꽃 같은데, 이름을 모르겠습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이름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은 꽃의 이름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하십니다. 그분은 50년 넘게 자라던 벚나무가 대형 건물이 들어섬으로써, 그루터기만 남은 걸 보시곤 “일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콘크리트 건물은 몇 개월이면 세울 수 있지만, 나이테 50년의 나무는 50년 기다려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이라면, 우리 주변의 평범한 꽃들도 다 멸종위기에 처하진 않을지 걱정입니다. 예전에는 평범하던 꽃들이 이제는 식물전에 가서야만 볼 수 있는 걸 생각하면요. 귀한 꽃들을 멸종시키면 안 되겠다는 충격요법으로 ‘한반도야생화전’이 열리는 곳을 한군데 추천합니다.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각종 희귀한 야생화 500여 종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누가 물어볼지도 모르니, 꼭 꽃의 모양새와 이름을 기억해두세요.
아, 물론 유료입니다. 지금부터라도 꽃과 나무를 아끼고 사랑한다면, 무료로 볼 수 있는 날도 오지 않을까요?

제8회 한반도야생화전(희귀특산식물전)
2011년 3월 5일(토) ~ 5월 15일(일), 아침고요수목원내 야생화전시실

이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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