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걸린 불법체류자 생명 살린 부산 시민들

석 씨의 절절한 사연에 부산시민과 시민단체, 의료단체·병원, 등은 5000만 원 이상의 성금을 기부했고, 석 씨의 쌍둥이 남매도 초청했다. 고신대복음병원은 석 씨의 부족한 수술비도 부담했다.

 

“고신대복음병원의 설립이념이자 사명은 의료를 통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현하는 것인만큼, 불법체류 문제나 재정적인 어려움에 개의치 않고 치료를 도왔습니다.” 
난치병 판정을 받은 외국인 불법체류자가 부산 고신대복음병원(병원장 조성래)과 언론·사회단체 등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캄보디아인 석생헛 씨(31세)는 2006년 11월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하여 국내중소기업에서 일했지만, 2007년 9월 비자가 만료되어 불법체류하게 됐다. 그러다 2010년 6월, 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이사장 정근)가 운영하는 외국인 무료진료소에서 재생불량성빈혈 판정을 받았다. 재생불량성빈혈은 골수의 조혈모세포 이상으로 적혈구나 백혈구, 혈소판을 생성하지 못하여 빈혈, 세균감염, 패혈증 등을 유발시켜 사망에 이르는 병이다. 단기적으로는 수혈을 통해 생명유지가 가능하나, 완치하기 위해서는 골수이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불법체류자인 석 씨에게 골수이식은 무리였다. 건강보험 대상이 안 되기에 전체 치료비가 1억 원에 달했고, 설령 건강보험 혜택을 받아도 수술비만 1000만 원 이상이 들기 때문이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석 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부산 신평로교회 집사이자 그린닥터스 외국인진료소장인 오무영 교수(57세·인제의대 소아청소년과)가 들었다. 오 교수는 브리핑 자료를 만들어 이곳저곳을 수소문하며 석 씨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고신대복음병원에서는 석 씨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1500만 원 가량의 치료비를 부담하겠다고 나섰다. 또 창원파티마병원과 고신대의료원은 수술하기 전까지 수혈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부산출입국관리소는 석 씨에게 부과된 500만 원 가량의 불법체류 벌금을 면제하고 국내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G1비자를 발급해줬다. 국민건강보험 사회봉사팀도 체납된 건강보험료 400만 원을 대신 납부하며 오 교수의 짊을 덜어줬다.

 

하지만 건강보험혜택을 받는 데는 난항이 계속됐다. 질병치료 목적으로 받은 G1비자는 지역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는데다, G1비자로는 고용허가 사업체에 취업을 할 수 없어서 직장 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이 “건강보험 혜택을 부여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또 석 씨에게 맞는 골수를 확보하기 위해 캄보디아에 있는 그의 쌍둥이 남매를 초청하는 비용도 여의치 않았다. 

 


결국 신평로교회와 부산시 의사회, 지역 언론이 주도하여 대대적인 모금운동을 진행했다. 석 씨의 절절한 사연에 부산시민과 시민단체, 의료단체·병원, 등은 5000만 원 이상의 성금을 기부했고, 석 씨의 쌍둥이 남매도 초청했다. 고신대복음병원은 석 씨의 부족한 수술비도 부담했다.
현재 석 씨는 수술 후 나타났던 폐렴 증세에서 벗어나 조금씩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앞으로 석 씨는 6개월 여 동안 매월 한차례씩 정기검진을 받으며 면역력을 높이는 치료를 받은 후 캄보디아로 돌아갈 예정이다.

 

한편 오 교수는 지난 8년간 ‘그린닥터스 의료봉사팀’으로 활동하며 주일진료를 자임하며, 석 씨 외에도 다문화가족, 탈북동포 등 수많은 소외계층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다. 인술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과 기회가 주어진 것이 축복이라며 감사해 하는 그의 말투가 너무나 겸손했다.

“의료봉사는 치료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석 생헛 씨처럼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완치됐을 때 느끼는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하지만 민간단체들이 그들을 돕는 데는 많은 제약이 따릅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에는 정부가 융통성을 발휘해주면 좋겠습니다. 석 씨처럼 한국에 일하러 온 외국인 노동자가 난치병에 걸렸는데, 불법체류자라고 하여 치료도 하지 않고 내쫓는다면 국제적 망신이 될 게 분명하지 않겠습니까.”


사진제공= 고신대복음병원, 그린닥터스
편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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