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믿을 수 있을까요? 내가 본 것은 틀림없다, 그리 말할 수 있을까요? 알고 보면 나도 모를 것이 나입니다.

하버드의 심리학 교수인 크리스와 대니얼은 재미난 실험을 했습니다. 흰색과 검은색 셔츠를 입은 학생들이 두 팀으로 나뉘어서 농구를 합니다. 한 팀에 세 명씩 모두 여섯 명이 농구공을 패스하는 장면을 동영상에 담은 뒤 이 동영상을 캠퍼스의 학생들에게 보여주면서 “흰색 셔츠를 입은 팀의 패스 횟수를 세어보라”고 과제를 줍니다. 동영상은 겨우 1분 분량입니다. 학생들은 열심히 흰 셔츠 팀의 패스 횟수를 센 뒤 자신 있게 답을 말합니다.

그런데 진짜 과제는 따로 있습니다. “선수들 말고 눈에 띄는 누군가는 없던가요?”라고 묻습니다. “그러니까 혹시 고릴라를 보셨나요?” 1분이 채 되지 않는 이 실험 영상에서는 고릴라 옷을 입은 학생이 천천히 등장하여 카메라 정면을 보고 가슴을 두드리고는 천천히 퇴장하는 장면이 있는데,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의 50%는 고릴라가 등장했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합니다. 다시 영상을 재생해서 살펴본 그들은 당연히 고릴라를 발견했고, 저렇게 분명히 등장한 고릴라를 못 알아본 걸 깨달으며 깜짝 놀랍니다.

크리스와 댄은 그것을 기대하지 못한 사물에 대한 주의력 부족의 결과라고 말합니다. 시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장면들 가운데서 자신이 다른 한 곳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으면 예상하지 못한 사물이 나타나도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동영상을 보는 사람들의 경우 흰색 셔츠를 입은 사람들의 패스 횟수를 세는 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바로 눈앞에 있는 고릴라에는 ‘눈이 먼’ 것입니다. 이쯤 되면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도 의미가 없어집니다. 크리스와 댄은 이것을 ‘주의력 착각’이라고 말합니다.

사람의 눈도 이렇게 명백한 착각을 합니다. 눈으로 본 것뿐 아니라, 기억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자신감도 그렇고 지식도 모두 착각을 동반합니다. 이런 착각들은 현대처럼 복잡한 삶 속에서 더욱 그 정도가 심해지며, 자동차 사고와 같은 심각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내가 보고자 하는 것에 눈이 어둡고 마음이 어두워지면 정작 있는 것조차 보지 못하고 기억지 못하는 셈입니다. 아마 하나님을 보지 못하는 까닭도 어디엔가 눈과 마음을 집착하기 때문일 겁니다. 욕망과 집착을 내려놓고 다시 있는 그대로를 바라본다면 그동안 우리가 보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한 무엇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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