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의 한 작은 성당 벽에는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라는 제목의 기도문이 붙어 있다. 주기도문의 구절구절마다 반성과 성찰을 의미하는 한 마디씩을 덧붙이고 있다.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


"하늘에 계신" 하지 말아라.
세상일에만 빠져 있으면서.
"우리" 하지 말아라.
너 혼자만 생각하며 살아가면서.
"아버지" 하지 말아라.
아들딸로서 살지 않으면서.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하지 말아라.
자기 이름을 빛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면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하지 말아라.
물질만능의 나라를 원하면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하지 말아라.
내 뜻대로 되기를 기도하면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하지 말아라.
가난한 이들을 본체만체 하면서.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하지 말아라.
누구에겐가 아직도 앙심을 품고 있으면서.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하지 말아라.
죄 지을 기회를 찾아다니면서.
"악에서 구하소서" 하지 말아라.
악을 보고도 아무런 양심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서.


‘어떤 기도를 하는가’는 어떤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가, 또는 될 수 있는가의 문제와 직결된다. 기도가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다. 어떤 기도를 하는가에 따라 그의 인생에서 자라나는 것들이 달라진다. 주기도문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의 믿음이 가져야 할 근본에 대한 일깨움을 받게 된다.

실로 이 기도는 무슨 주문(呪文)과 같이 줄줄이 외어 마술적 효력을 보려는 것이거나 또는 짧은 시간 내에 기도의 형식을 갖추기에 최적인 것이기에 언제 어느 때이건 편하게 사용하는 그런 약식 기도가 아니다. 이 기도는 그야말로,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는 모든 이에게 정작 있어야 할 마음과 자세, 그리고 간구의 요체가 명확하게 담겨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한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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