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르타와 아테네는 여러 모로 비교되지요. 민주주의가 꽃핀 아테네의 경우 정치는 물론 교육이나 심지어 국방까지도 자율적인 참여와 헌신이 그 기반을 이룹니다. 반대로 스파르타의 경우 우리가 ‘스파르타 식’이라는 표현을 쓰듯이 강제적이고 규율이 엄한 편입니다. 둘의 차이는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인식의 차이일 것입니다.

투키디데스가 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는 페리클레스의 연설이 나옵니다. 아테네에서는 해마다 시민들이 모여 전사자들을 기리는 추도식을 열었습니다. 펠로폰네소스전쟁이 시작되고 1년 뒤에 열린 이 추도식에서 당대에 가장 영향력 높은 정치인이자 웅변가인 페리클레스가 연설을 합니다. 이 연설에서는 스파르타에 비해 우월한 시민사회를 가진 아테네를 찬양하는 내용이 강력하게 드러납니다.

“우리의 법은 사사로운 분쟁에서 모두에게 똑같이 정의를 보장해 줍니다. 누가 공직에 나가 출세한다면 그 이유는 그 사람의 신분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의 능력에 대한 세간의 평판 때문입니다…이는 제도와 정책보다 우리 시민들의 타고난 정신을 더 믿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교육에서도 요람에서부터 용맹성을 강조하며 고된 훈련을 실시하는 우리의 경쟁자와 달리 우리 아테네인들은 각자가 원하는 대로 생활하면서도 헌정이 위험에 처할 때면 단호히 대처합니다…우리처럼 고된 훈련이 아니라 여유가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는 이상 용기가 애써 연마해야 하는 기술이 아니라 천성인 이상 그 어떤 위험도 막아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앞날의 고난에 미리 대비하지 않고도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한시도 고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 못지않게 용맹하게 대처합니다…행복은 자유의 결실이자 용기의 자유라고 생각하신다면 그들을 본받아 전쟁의 위험에 절대 굴복하지 마십시오…따라서 저는 이 자리에 참석했을지라도 모르는 전사자 부모들에게 애도의 말이 아니라 위로의 말을 전하고자 합니다.”
대단한 자신감이지요. 자유로운 인간이야말로 그 가치를 발현할 수 있으리라는 확고한 믿음이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발전시켜 가는 동력일 것입니다.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일어난 ‘재스민혁명’이 이집트를 넘어 리비아에서 뜨거운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자유를 두려워하는 이들의 심리엔 어쩌면 자신만이 길이라고 믿는 오만함이 짙게 드리워져 있는 게 아닐까요? 가다피의 철권통치에서 그 오만함을 느낀다면 오해일까요? 이렇든 저렇든 세계는 시민들의 자유가 확산되는 방향으로 진보하였고, 그 반동의 기운은 결국 좌절하였던 것을 보면 역사의 강이 흘러가는 방향을 가늠하게 됩니다.
오만한 소수의 권력이 더 이상 민중들의 피를 삼켜대는 슬픔이 멈추기를 먼 땅에서나마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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