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시즌이 마무리되고 입학 시즌이 시작되었다. 중년 이상이라면 학창시절 졸업과 입학에 얽힌 감동적인 추억이 가슴에 고스란히 남아 있을 것이다. 필자에게도 졸업식에 얽힌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 지면상 사연은 생략하지만, 졸업식은 본인은 물론이고 선생님들에게나 후배들, 나아가 학부모들에게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었다. 송사와 답사를 읽으며 선후배가 흐느꼈고, 정든 아이들을 내보내는 여자 선생님들의 눈에는 이슬이 맺히기도 했다.

그런데 이젠 그런 졸업식은 찾아보기가 어려워진 것 같다. 중고등학교 졸업식 때마다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기 때문이다. 급기야 올해부터는 경찰이 초대되었단다. 축하를 위해서가 아니라 탈선을 단속하기 위해서. 정말 씁쓸하다.

대학의 졸업식도 위기다. 필자가 졸업할 때에는 운동장에서 떨면서 지루한 졸업식에 참석해야 했다. 그래도 그때는 교수님들, 외빈들, 학부모들, 후배들이 많이 와서 졸업생들과 함께 떨어주었는데….
엊그제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 중 한 군데에서 졸업식이 있었다. 그런데 총장이 불과 수십 명 앞에서 연설을 했다고 한다. 아예 참석을 하지 않거나, 밖에서 사진을 찍느라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어디 그 대학만 그런가. 대학마다 졸업식에서는 졸업생은 물론이고 교수도, 재학생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석사나 박사 학위를 받는 이들이 그나마 자리를 차지하는 게 보통이다.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필자가 대학 다니던 시절 졸업식과 내용이 그대로니 그럴 만도 하다. 주인공도 아닌 이들이 여전히 모든 순서를 독점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교수들도, 재학생들도 외면하니 그럴 만도 하다. 졸업생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졸업식으로 과감히 변신시키기가 어렵다면, 아예 학과별 졸업식으로 전환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뉴스위크지가 ‘인터넷이 죽인 것들’을 소개했는데, ‘예의’가 그중 눈길을 끌었다. 반드시 인터넷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요즘 우리 사회에는 곳곳에서 ‘무례’가 판을 친다. 졸업식도 무례의 장이 되어 버렸다. 다음 단계로 성숙함을 보여줘야 하는 졸업생들이나, 그들을 길러낸 스승들, 선배들의 앞길을 축복해줘야 할 후배들, 그리고 삶을 지도해줘야 할 학부모들 모두가 상대방에 대해 고마워하는 최소한의 ‘예의’를 놓치고 있는 것 같다. 

광명역 KTX 탈선사고는 불과 7mm의 너트 하나 때문에 일어났다. 예의 배려 감사…, 이런 것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단단히 조여주는 작은 너트와 같다. 그런데 그게 풀어져 느슨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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