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충청도가 느리다는데, 다년간 사투리를 연구해온 어떤 이에 따르면 절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예를 들어 표준어로 “잠시 실례합니다” 하면 경상도는 “내 쫌 보소” 하고 전라도는 “아따 잠깐만 보드라고” 하는데 충청도는 “좀 봐유” 이렇게 딱 세 마디로 해결한다는 것이다.


느린 것이 아니라 훨씬 압축적이고 신속한 표현력을 갖추고 있다. 표준어로 “정말 시원합니다”도 경상도는 “억수로 시원합니더” 하고 전라도는 “겁나게 시원해버려라” 하는데 충청도는 “엄청 션해유” 한다는 것이다.
세간에 떠도는 시편 1편의 전라도 구성진 ‘말쌈’은 어떤가.


아따 그 머시냐 거 복 있는 아그들은 말이여!
거시기 한 놈들으 꿍꿍이를 따라 댕기지 않그마.
글고 말이시 죄지어 싼 놈들 허고 싸돌아 댕기지 않는당께.
긍께 참말로 모가지 뻣뻣헌 놈들 꼬라지 보기만 허먼 눈깔 티 나와뿔구마.
근디 말이여 복 있는 사람은 말이여 그란 거시 아녀.
딱 그거 하나여 여호와으 율법-긍께 말하자면 법이랑께-
이 법을 디게 조아해뿔어.
그라고 그거슬 밤나즈로 다 외와뿐당께.
갸는 꼬랑가에 숨거논 낭구가 때마동 쪼락 쪼락 과실을 다랐뿔고
그 입사구가 마르지 않는 거하고 똑 같당께.
그 나쁜 거시기 한 놈들은 앙그래!
머시냐 딱 그거랑께. 바람이 훽-불면 검부락지 확- 날라가붕거 말이여.
딱 그거여.
긍게 그 거시기 한 놈들은 심판, 알제 심판, 그 심판을 절대 못 견딩당게.
그라니께 죄진 놈들은 말여. 절대 으인들 모탠디 못 들어온당께.
나 말이 맞재?
긍께로 으인으 가는 길을 누가 막을 것이여.
여호와 하나님이 다 인정해 줘 뿐당께.
그라고 그 거시기 한 놈들은 다 끝장 나뿔어.


말이란 그에 맞는 열쇠가 있어서 그것으로만 열 수 있는 문이 따로 있다. 평소에는 표준어를 쓰던 사람들도 가족끼리 만나거나 대화를 할라치면 갑자기 사투리가 나오는 것을 우리는 자주 보게 된다. 그 안에 그들만의 삶이 녹아 있고 그 삶을 움직여내는 힘이 그 말 속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사투리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말의 생명이 다 고유하게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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