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만드는 소리 ▶ 새싹 피는 교정에서


졸업시즌입니다. 졸업은 마침표 같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졸업은 오히려 새로운 출발을 전제한 마침표입니다. 졸업은 출발의 다른 이름입니다.


성경의 가르침을 배움에 담아 ‘더불어 사는 평민’을 길러내는 학교가 있습니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 팔괘리에 위치한 풀무학교(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입니다. 풀무학교의 졸업식 이름은 일찍부터 ‘창업식’이라 불렸습니다. 창업식에선 졸업장 대신 창업의 경전으로 성경을 줍니다. 성경의 속장에 주는 이의 마음을 썼습니다. “더불어 사는, 정직하고 쓸모 있는 평민의 길을 일생 예수와 성서를 가까이 하며 걸어가기 바랍니다.” 어느 해인가 창업생이 받은 성경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 있었습니다.


풀무학교의 창업식에는 상을 주는 시간이 없습니다. 상은 인생을 마친 뒤 하나님께 받는 것이라야 진짜라는 생각 때문이고, 출발선상에서 상을 받는 일이 생뚱맞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창업식 때는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들어 지난 3년을 회상하고 그들의 장래를 축복합니다. 학생들을 떠나보내며 선생님들은 자신의 능력에 맞게 스스로 뜻있는 진로를 결정하고 그 길에서 일생 충실하게 사는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고 학교의 간판이라고 믿습니다. 


이제 다시 인생의 창업을 선언하는 이 땅의 수많은 창업생들에게 풀무학교의 창립자인 이찬갑 선생님의 시 “그대가 그리워”를 읊어드립니다.


어떤 누가 대신할 수 없는 오직 그 하나인 사람
따로 하나의 높은 지성을 타고난 사람
자기 얼굴을 가지며 자기 넋이 든 자기 말을 할 줄 아는 사람
자기와의 내력에서 인생의 역사를 알고
자기 말의 근원으로 생명의 말씀을 듣고
인생의 주인을 발견해 제자리를 찾은 사람
아버지 품에서 그 아들임을 안 사람
나는 아니로다, 주 당신만 쳐다보는 사람
그래서 자기 사명을 확실히 알고
아버지의 이름을 찬양하는 사람.

박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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