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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민지의 일기장을 훔쳐보며
[101호] 2011년 02월 09일 (수) 송수용 @

“성인 대표팀 발탁, 시즌 30골 이상, BOOK 20권 이상, 좋은 친구 사귀기, 부모님 결혼기념일 선물 챙기기, 배려 & 겸손하기.” 
올해 여자 국가대표팀에 선발될 열일곱 살의 여민지 선수가 2009년 일기에 적은 꿈 목록이라고 한다. 목록의 옆에는 그녀의 롤모델인 리오넬 메시 선수의 사진이 함께 붙어 있었다. 일기에 적었던 꿈이 2년 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자기계발에서 수없이 이야기하는 ‘적으면 이루어진다’가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적어 놓기만 한다고 정말 이루어질까. 적어 놓은 것이 이루어지는 것은 적어 놓았기 때문이 아니라 적어 놓은 것을 계속 상기하면서 나의 모든 생활이 적어 놓은 것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 아닐까.

2009년 12월 9일의 일기에는 “내가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젊은 투지와 실력이다. 리오넬 메시 내 우상이자 롤 모델을 생각하며 항상 파이팅하자”라고 쓰고 있다. 자신의 일기에 적어 놓은 꿈과 붙여놓은 롤 모델이 그녀의 가슴에 뜨겁게 살아 있는 것이다. 정말 힘이 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도 내가 이대로 하면 되는 것일까 의심이 들 때도 다시 일기장으로 돌아가 그 꿈과 롤 모델을 보고 나면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꿈과 롤 모델을 향한 그 열정이.

20년 전 육사를 졸업하고 소위로 임관하여 처음 부임지에 갔을 때 매일 일기를 썼다. 하루하루가 낯설고 버거운 현장 부대의 생활이 마음을 꽤나 힘들게 했다. 하지만 하루 일과를 마치고 일기장을 앞에 놓고 책상에 앉으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평안해졌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그때 했던 나의 행동과 마음을 돌아보면서 왠지 불안하고 초조했던 느낌들이 차분히 가라앉는 것을 경험했다. 그리고 그 하루의 일과가 나의 미래와 꿈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생각해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10년을 한꺼번에 살 수 없다. 그냥 하루만을 살 수 있을 뿐이다. 그 하루가 수백 개가 모여 1년이 되고, 수천 개가 모이면 10년이 되는 것이다. 하루의 생활을 평생의 목표와 연결시킬 수 있을 때 나의 마음은 침착해지면서도 잔잔한 용틀임이 일었다.

군생활을 마치고 사회에 나오면서 일기를 쓰지 않았다. 다만 그때그때 다이어리에 메모 정도로 대신했다. 또 다시 낯선 환경에 던져지면서 과도한 긴장감과 압박감에 일기를 쓰는 편안한 활동을 할 여유까지 빼앗겨버린 것이다. 사회에 나와서도 일기를 썼더라면 지금까지의 많은 시행착오를 조금 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일기를 써야겠다. 17세 여자축구선수의 예쁜 일기장이 43세의 사회인에게 다시 펜을 들게 한다. 고마워요, 여민지 선수. 국가대표에서의 활약도 열심히 응원할게요. 파이팅!

송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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