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마리의 가축이 살처분 당했다. 96년 만의 한파가 찾아와 60대 노숙자가 사망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호주에서는 사상 초유의 폭우가 쏟아져 바다에 사는 식인 상어가 시내 한 복판에서 발견되었다. 아이티에서는 지진에 이어 전염병이 창궐하여 수만 명이 죽어간다. 동남에서는 계속해서 강도 6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며 미국은 기록적인 폭설로 도시 기능이 마비되었다.

“민족이 민족을,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여 일어나겠고 처처에 기근과 지진이 있으리니 이 모든 것이 재난의 시작이니라” 하신 마태복음 말씀이 불안하게 압박해 온다. 그러면서도 “그날과 그때는 아무도 모르나니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 아시느니라. 노아의 때와 같이 인자의 임함도 그러하리라”는 말씀도 떠올라 실낱같은 희망도 품어본다.

그런데 정작 깊은 절망을 안겨준 말씀은 “그때에 많은 사람이 시험에 빠져 서로 잡아주고 서로 미워하겠으며, 거짓 선지자가 많이 일어나 많은 사람을 미혹하게 하겠으며 불법이 성하므로 많은 사람의 사랑이 식어지리라”는 마태복음 24장 10~12절의 말씀이다.

“많은 사람의 사랑이 식어지리라”는 마지막 말씀이 날카로운 칼끝이 되어 나의 심장을 찌른다. 다른 사람을 살펴볼 필요도 없다. 내가 그렇다. 사랑이 식고 있다. 아니 식어버렸다. 구제역 방역하느라 살갗을 에는 추위에도 방역활동에 고생하는 분들이 설치해 놓은 도로의 방역코너를 지나며, 차의 속도를 줄여야 하고 차의 앞 유리창에 방역약품이 뿌려지는 것을 귀찮아하고 불평했다. 멀쩡한 소가 살처분 당해 묻히는 모습을 보며 기절했다는 소 주인에 관한 뉴스를 들으면서 마음 한쪽으로는 ‘고기 값이 얼마나 또 인상이 될까’ 걱정했다.

지진과 전쟁이 문제가 아니라 내 안의 사랑이 식어지는 것이 세상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증거이다. “너희의 도망하는 일이 겨울에나 안식일에 되지 않도록 기도하라” 하신 말씀하신 주님 앞에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 “내 아버지여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라고 기도하시며 내가 흘려야 할 피를 대신 흘리시며 ‘사랑’을 보여주신 주님의 이름을 감히 입에 올릴 수가 없다.

주여, 세상의 끝이 나로부터 시작됨을 용서하소서. 아직도 구원받아야 할 수 많은 영혼들이 있사온데 나로 인해 세상의 마지막이 빨리 오지 않게 하소서.

송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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