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통화할 때 제 마음도 움직였나 봅니다. 조심스럽게 한 가지 제안을 했지요. “그 환우를 위해 우리가 작은 콘서트를 열면 어떨까?” 우리는 조만간 그 결핵전문 병원을 찾아가 그분을 위한 작은 콘서트를 열기로 했습니다. 사람이란 속사정을 알고 나면 사랑하지 않을 이 없지요. 


전화가 옵니다. 결핵병원에서 환우들을 대상으로 기타 강습을 하는 친구입니다. 강습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수강생 모습을 찾을 수 없다고 합니다. 
친구는 3년 전부터 이 병원에서 강습을 열었습니다. 처음에는 강습비가 나온다고 했는데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결국 3년이 흘러도 강습비는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친구는 초저녁에 집을 나서서 한 시간 가까이 운전을 하여 병원에 도착해 기타 강습을 이어갔고, 다시 집에 돌아오면 자정이 가까웠습니다. 그렇게 3년 동안 매주 하루를 묵묵히 집과 병원을 오간 것이지요.

“힘들었겠구나. 그만두지 그랬어?”
“그럴 수 없지. 하나님께서 내게 맡겨주신 일인데…. 게다가 환우들과 함께하면서 보람도 컸는 걸. 그러고 보면 오히려 그분들을 섬길 기회를 얻었으니 감사해.”
‘나의 감사는 나를 써 주심!’ 친구는 늘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서너 시간이 지났을 무렵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그 친구입니다. 강습 시간이 끝나갈 무렵 어느 환우가 기타를 들고 강습실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와 1 대 1 수업을 하는데 갑자기 그 환우가 “선생님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해 주더랍니다.

“알고 보니 한때는 결혼도 하고 예쁜 딸과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았대. 그런데 결핵을 앓으면서 직장도 잃고, 병원 신세를 지면서 재산도 탕진했나봐. 끝내 이혼까지 하면서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어버린 게야. 그러면서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라 생각했고 병세도 악화되면서 결국 이 먼 곳에 있는 병원까지 오게 됐나봐. 젊음은 결핵에 짓밟혀 비 내리는 날 낙화처럼 스러져 갔고 하루하루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을 보냈던 거지.”

기타 강습에 신청한 건 그 무렵이었습니다. 그런데 기타 강습을 받으면서 흥미가 돋았고, 보람도 생기고, 의욕도 불러일으켰다고 합니다. 요즘은 건강도 좋아져서 웃는 날이 많아졌다는군요. 그의 이야기를 들을 때 친구는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고 합니다. 친구는 비록 사람들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자랑하지 않지만, 유익을 얻고자 시간과 노력을 쏟지도 않았지만, 그의 땀 한 방울 한 방울이 날개 잃은 천사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랑하면 종이 되고.
늘 손해 보고
그럼에도 솟아오르는 기쁨은
묵묵히 그 길을 걷게 하고.


친구의 이런 사랑이 아름답습니다.
친구의 그 사랑 때문에 지금 생기를 얻고 있는 그이가 새 희망을 품고 새 꿈을 꾸기를 기도합니다. 깨진 가정도 다시 합쳐지고, 그립고 보고 싶던 딸과 함께 다시 행복의 나래를 펼치기를 기도합니다.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그렇게 위태로운지 모릅니다. 위태로워서 아름다운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희철 목사님이 이렇게 읊었지요.


아무것도 없구나
얼굴을 가릴 손도 없이
꽃은 그냥
사나운 비를 맞는구나
 
아름다운 것은 위태한 것
맨 몸으로
맨 몸으로
맨 끝에 서는 것


친구와 통화할 때 제 마음도 움직였나 봅니다. 조심스럽게 한 가지 제안을 했지요.
“그 환우를 위해 우리가 작은 콘서트를 열면 어떨까?”
우리는 조만간 그 결핵전문 병원을 찾아가 그분을 위한 작은 콘서트를 열기로 했습니다. 사람이란 속사정을 알고 나면 사랑하지 않을 이 없지요. 

<아름다운동행>의 벗님들께 부탁드립니다. 이 환우들을 위해 잠시나마 기도의 손을 모아 주십시오. 우리의 기도가 여기저기에서 작은 빛을 낸다면 그이 인생의 캄캄했던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겠지요. 그리고 자신을 이겨낸 뒤엔 외로움조차 꽃봉오리가 되겠지요. 견뎌낸 세월은 고운 향기로 넘치겠지요.
조만간 콘서트를 다녀온 뒷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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