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우리들을 위한 중보

인간의 먹이로 자라기 위해서 동물들은 평생을 학대받으며 자랍니다. 이것은 철저히 인간 위주의 사고방식이 가져온 결과입니다. 새로운 질병은 계속 발생할 것입니다. 구제역이 발생한 것도 공장식 축산을 도입하면서부터입니다.


태어나서 처음 땅을 밟아본 돼지들은 소풍을 가는 줄 알고 즐거워했습니다. 새끼들도 덩달아 기뻐 종종걸음으로 어미를 따라갑니다. 처음 바깥 공기를 마셔본 돼지들은 그 맑은 느낌에 어쩔 줄 모릅니다. 소리만 들어도 돼지들의 기분을 안다는 주인은 “돼지들이 정말 즐거워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 즐거운 소리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그들을 생매장시키기 위해 파놓은 웅덩이 속으로 수백 마리의 생명들이 빨려 들어갑니다. 비명소리가 넘쳐납니다.


사람의 비명소리와 똑같습니다. 제발 살려달라고 울부짖지만, 포크레인의 힘에 밀려 웅덩이로 빠져버립니다. 운이 좋아 웅덩이 밖으로 탈출에 성공한 돼지들은 포크레인 날에 상처를 입고, 다시 굴러 떨어집니다. 돼지들의 첫 나들이는 이렇게 슬픈 결말을 낸 채 끝나버렸습니다.
돼지들은 아마 이렇게 말했을지 모릅니다. ‘우리 돼지들은 사람을 잘 따르지요. 살처분하는 데 그리 힘들지 않을 거예요. 사람을 참 좋아해서 졸졸 따라다니니까요.’ 결국 사람을 잘 따르던 돼지들은 한순간에 생명을 잃었습니다. 돼지들의 피가 땅속에 스미어 지하수에서 핏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벨의 피의 소리가 울리듯, 동물들의 죽음이 온 땅을 울리는 것만 같습니다.

전국적으로 확산되어가는 구제역을 차단하기 위해서, 수백만 마리의 돼지와 소가 떼죽음을 당하고 있습니다.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들이 감염되는 이 병은 전파력이 빨라 치명적입니다. 소 한 마리가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하루 동안에 12만 개의 바이러스를 증식시켜 배출합니다. 배출된 바이러스는 바람을 타고 300킬로미터를 날아갑니다.

이 무시무시한 병이 왜 생겨난 것일까요? 전문가들은 ‘공장식 축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소와 돼지들은 태어나자마자 움직이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땅도 밟아보지 못한 이들은 좁은 곳에 갇혀 사료를 먹다 일정량의 살을 찌우면 우리 식탁으로 배달됩니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1년에 195Kg을 찌우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키우다보니 소는 20개월이 지나면 죽어가기 시작하고, 닭은 앉은 채 일어나지 못하고, 돼지는 넘어지면 골절상을 입을 정도로 약해집니다. 이런 동물들은 특히나 구제역 바이러스에 쉽게 쓰러집니다. 

공장식 축산이 확산된 이유는 우리의 식생활 문화 때문입니다. 거의 매일매일 고기를 먹는 과도한 육식문화를 살고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고기를 공급하기 위해 축산이 점점 공장화되어 간 것입니다. 인간의 먹이로 자라기 위해서 동물들은 평생을 학대받으며 자랍니다. 이것은 철저히 인간 위주의 사고방식이 가져온 결과입니다.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균형을 무시하고, 대규모의 인위적 사육환경을 도입한 것입니다.

새로운 질병은 계속 발생할 것입니다. 구제역이 발생한 것도 공장식 축산을 도입하면서부터입니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이런 부자연스러운 생태계 속에서 어떤 질병이 또 생길지 모릅니다. 사람들은 구제역이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다며 ‘불행 중 다행’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구제역은 사람에게도 전염됩니다. 단지 그 수가 적고 증상이 미미할 뿐입니다. 이대로 생명 파괴가 지속된다면 인간에게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올 것입니다. 지금 산 채로 땅 속에 묻어지는 동물들의 모습은 어쩌면 미래 인간들의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대안은 우리 삶에서 육식문화를 줄이는 것입니다. 이것은 곧 탐욕에 대한 자제이자, 생태계를 살리는 일입니다.

소풍 나온 줄 알고 들떠 있던 돼지들을 죽음의 웅덩이로 몰아넣은 장본인은 바로 우리들입니다. 한순간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자연을 잘 다스리라고 명령받은 우리에겐 동물과 인간이 생태계 안에서 좋은 숨을 쉬도록 만들 책임이 있다는 것을…. 하여 우리는 회개하고 기도합니다. 저 슬픈 생명들의 눈물을 하나님께서 닦아주시고 위로해 주시기를…. 인간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하나님의 피조물을 도륙하는 죄악이 이제 멈추기를 기도합니다.

이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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