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보선생님' 최관하 씨

최관하 선생은 매 수업을 기도로 시작하고 있다. 그는 어떤 경우라도 학생들에게 욕을 하지도, 그들을 때리지도 않는다. 또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나 성구를 자필로 엽서에 적어, 학생들에게 상으로 주고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늘어나자 물질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매년 2~7명의 학생들을 지원하는데 이런 도움의 손길에는 지역 교회나 기타 뜻있는 이들도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 선생님이 기도를 하며 수업을 시작하고, 요즘 고민거리와 기도제목을 적을 수 있는 메모지를 나눠준다. 잘못을 저지른 학생에게는 성구 한 절씩을 암송하게 한다.
일반 고등학교인 서울 영훈고등학교 국어시간의 풍경이다. ‘종교편향교육’이라며 신고할 법도 한데, 학생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선생님이 뜬금없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 눈물을 글썽이는 학생들이다.

 

이들을 가르치는 국어교사 최관하 선생의 이야기이다.
학생들에게 최관하 선생은 자신들을 위해 울며 기도하는 ‘울보선생’으로 인식되어 있다. 매일 아침 두 시간 가량 일찍 출근하여 학생명부에 있는 학생 한명 한명의 사진을 보며 기도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발견하기 때문이다.
최관하 선생이 기도하는 대상은 자신의 제자들은 기본이고, 동료 교사들과 자신에게 이메일로, 미니홈피 게시글로, 전화로 도움을 요청하는 학생, 학부모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또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위해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다.


방방곡곡서 애타게 부르짖기에...

“선생님, 세계 3대 테너인 도밍고 티켓 하나만 사주세요. 많은 분들이 제가 도밍고와 음색이 많이 닮았다고 해요. 서울에서 열리는 공연이 도밍고 인생에서 마지막 공연이 될지도 모른다고 해서 꼭 보고 싶은데, 부모님께 차마 말을 못하겠어요. 그래서 용기를 내어 선생님 홈페이지에 들렀어요. 제 미래에 한 번만 투자해주세요.”(2008년 12월 인철 학생의 글)

최관하 선생은 자신이 인철 학생의 마음을 공감하길 기도하며, 설령 거짓말이더라도 도와주기로 마음먹고, 자신이 주일학교 교사로 섬기는 교회 고등부 성탄행사에 인철 학생을 초대했다.
전화기 너머에서 “고맙습니다”를 반복하는 어머니의 말투에 자식이 그토록 원하는 티켓 한 장 사주지 못하는 어머니의 가슴앓이가 느껴지며 최 선생의 마음을 울렸다.
성탄행사에 온 인철 학생은 자신이 준비한 곡을 열심히 불렀다. 학생들의 앵콜 요청에 인철 학생은 평소 즐겨 부른다는 ‘공평하신 하나님’을 열창하는데, 본인도 어머니도 학생들도 최 선생도 모두가 어깨를 흐느꼈다.

곧이어 인철 학생 어머니는 “지하 단칸 셋방에서 살고 있습니다. 인철이와 우리 가정에 희망을 주셔서 감사해요”라며 자신들의 처지를 고백했다. 고등부의 한 학생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성탄의 의미를 알게 하시려고, 인철이를 만나게 해주신 것 같다는 소감을 홈페이지에 남기기도 했다.
최관하 선생은 무슨 일을 계획하기 전에 우선 기도한다. 그는 자신의 능력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을 경험한 후로는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데 목숨을 걸었다고 했다.

“영훈고에 처음 부임했는데 근육병으로 투병하는 학생 2명을 만났어요. 팔, 다리에서부터 근육세포가 말라죽기 시작해 결국 심장까지 이른다는 불치병에 걸린 두 제자는 3학년을 넘기기 힘들다고 했어요. 그 무렵에 태어난 둘째 다빈이도 폐렴, 기관지 천식으로 네 살을 넘기기 힘들다는 판정을 받았지요. 학생과 자식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자부했던 저에게 한계를 느꼈어요.”

그 때부터 최관하 선생은 즐겨하던 술과 모든 유흥을 끊고 아내가 믿는 하나님에게 엎드렸다. 기도라기보다는 애원과 절규에 가까웠다. 그런 최 선생을 위해서는 4대째 독실한 기독가정을 계승해온 부인과 장모가 기도하며 도왔다. 두 제자는 모두 기적적으로 완치돼 현재 문석 학생은 신학생으로, 또 현욱 학생은 유학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빈이도 건강을 회복했다.

그 후로 최관하 선생은 매 수업을 기도로 시작하고 있다. 그는 어떤 경우라도 학생들에게 욕을 하지도, 그들을 때리지도 않는다. 또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나 성구를 자필로 엽서에 적어, 학생들에게 상으로 주고 있다. 최 선생은 매 주 한차례씩 점심시간에 학생들에게 점심을 대접하며 성경공부를 인도하기도 한다.

학교와 가정회복을 위해


이와 함께 최 선생은 학생들에게 ‘아버지가 사랑스런 스무 가지 이유’를 작성해 이를 아버지 앞에서 발표하고 그 소감문을 발표하게 하는 숙제를 낸다. 그 과정을 통해 눈물 한 방울 흘릴 것 같지 않던 아버지가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등 많은 가정이 회복을 경험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가정이 회복되지 않으면, 학교의 회복은 반쪽자리”라고 말했다.

 

요즘 최 선생은 올해 신입생들과 자신이 맡을 학생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또 심방용 봉고차를 달라고 기도한다. 평소 최 선생은 학생들과 함께 아픈 학생이나 학부모 심방을 다니곤 하는데 이동이 불편하여 심방용 봉고차를 얻었으면 하는 바램인 게다.

내가 목숨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학생들을 위해 기도할 때, 하나님이 그 학생들을 변화시킨다고 굳게 믿는 최관하 선생이다. 그가 하는 기도는 무식해보일지 몰라도, 효과적이다. 그만큼 기도하는데 사랑이 생겨나지 않을까. 짧은 시간 빠른 효과만 바라며, 표면적인 사랑에 익숙한 시대적 조류를 거스르는 최 선생의 움직임에 동참할 기독 교사들을 초청한다. 그들이 거대한 파도가 되어 조류를 바꾸길 미래 학부모의 마음으로 응원한다.


사진= 김승범 기자
글= 편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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