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목사님' 조대현의 개척 뒷 얘기

 

만화가 목사님 조대현. 새 성도를 맞기 위하여 그는 기도원 찾아 금식기도를 한다. "하나님이 찾으시는 한 영혼을 위해 기도로 마음을 단장하는거죠. 하나님이 보내주시는 한 영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찾아온다는 말에 가슴이 뛰는 개척교회 목사라서 행복합니다." 그래서 조 목사는 한 달에 한 명만 보내달라고 기도한다. 한 영혼 한 영혼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교회를 개척한지 1녕이 지난 지금 25명 정도가 모이고 있다. 처음 교회를 개척할 때 모였던 10여명을 제외하면 정말 한 달에 한 명꼴로 부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개척교회가 항상 재미있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세상의 모든 개척교회 목사들이 그렇듯 조 목사도 월세, 관리비 등의 재정난을 겪고 있다. 물론 사례비도 안 받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내는 갑상선 암 초기 판정을 받았다. 사실 조 목사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화백이다. 국민일보에서 ‘시사만평’과 ‘한나엄마’를 연재했었고, 총 32권의 기독교만화를 발표했다. 그중에서도 ‘울퉁불퉁 삼총사’(총10권)는 총 3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로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버리고 어려운 길을 택한 이유를 물었다.

“경제적인 거야 비교가 안 되죠. 언론사에 계속 있었으면 지금쯤 억대 연봉을 받았을 텐데, 지금은 0원을 벌어요. 1억대 0원이죠. 그러나 제 결정이 아니라 하나님께 순종하겠다는 항로 수정이었어요. 교회를 개척하고 얼마 안 되서 65세 할머니가 오셨어요. 그런데 그분은 평생 복음을 들어본 적도, 교회에 와본 적도 없는 분이었어요. 아! 이런 분들의 영혼을 구원하라고 하나님이 개척교회를 시키신 것이구나 생각이 들면 감사와 기쁨들이 넘치죠.”


개척교회가 재미있는 이유

‘개척교회는 재미있다’는 책을 낸 그에게 무엇이 가장 재미있냐고 물었다. 그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서 구체적인 기도를 할 수 있다는 게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새벽에 일어나, 기도를 시작한다. 교회에 온 순서대로 교인들을 위해 기도한다. 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점점 많이 알게 될수록 기도 시간도 늘어난다. 한 영혼과 깊이 있는 교제가 조 목사에게 큰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착실하게 교회를 다니다가 큰 상처를 받고 교회를 떠난 부부를 소개받은 적이 있었다. 그들과 함께 식사도 하고, 찾아가 기도하고 교회 비전도 설명했지만 여전히 교회 출석은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두 부부가 새벽마다 배드민턴 클럽에서 운동한다는 말을 들었다. 며칠 뒤 새벽기도를 마치고 그 클럽이 있는 실내체육관을 찾았다. 그러나 조 목사는 공원에서 가족들하고 몇 번 쳐 본 것 외엔 경험이 전혀 없었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몸을 던져 바닥에 구르기를 여러 번, 그렇게 달포 정도 지났을까? 잘못된 자세로 무리하게 운동을 한 것이 문제였다. 오른쪽 팔꿈치에서 어깨 쪽으로 커다란 멍이 생겼다. 진단결과 근육 파열이었다. 의사는 당분간 운동을 하지 말라고 했지만, 다음 날에도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클럽을 찾아갔다.

“통증을 참아내며 그분들과 눈을 맞췄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새벽기도회 시간에 그분들이 교회 문을 열고 들어왔어요. 홍해 바다가 갈라지듯 하나님의 백성이 들어오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새벽기도회 시간 내내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들 부부는 몇 주 뒤 수요예배에도 참석했고, 그렇게 9개월 만에 교회에 등록했다. 다시 하나님의 가족이 된 것이다. 조 목사는 지금도 오른 팔을 치료중이다. 그의 한 영혼을 향한 열심이 낳은 결과였다.
처음부터 이런 열정이 생겼던 것은 아니었다.

“저에게는 한 영혼에 대한 갈증이나 갈망이 있어요. 전도하는 것을 미루던 분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그때부터 마음의 짐이 생겼어요. 복음을 더 빨리, 열심히 전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죠.”
이런 마음으로 목회를 하다 보니, 교인들을 대할 때도 한 사람 한 사람과 진지하게 교제를 나눈다. 어린 아이라고 예외가 없다. 유치원 어린이 한 명과 칠판에 만화를 그리며 성경공부를 했다. 1:1 성경공부 과외는 1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교회를 개척한 조 목사의 목표는 대형교회가 아니다. 각각의 성도들이 모두 하나의 교회라는 것이다.
“개척교회의 목표는 대형교회가 아닌 사회에 건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어야 한다고 봐요. 동시에 교인들이 각각의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회의 양적인 부흥을 바라지 않아요. 한 사람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잘 자랄 수 있게 해주는 게 중요하죠. 교인들이 서로 숨기고 싶은 아픔을 털어놓는 교회가 되어야 진정한 공동체가 된다고 봅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도심 곳곳 십자가 이야기


조대현 목사와의 대화를 마치고 교회를 나서는데, 문득 몇 년 전 동네 교회의 새벽예배에 갔을 때가 기억났다. 시장 변두리에 자리 잡은 그 작은 교회의 새벽예배에는 나이가 지긋하신 목사님과 어르신 세 분이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3일 째 즈음 새벽예배가 끝나기 전 교회를 나오는데, 한 아주머니가 뒤따라 나오시더니 대뜸 물었다.
“학생, 자취하세요? 김치 한포기 줄려고 그래요. 싸 드릴게요.”
그 마음만으로도 따뜻함이 전해졌었다. 그 아주머니도 조 목사처럼, 한 영혼에 관심을 기울였던 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범진 기자

 

 

※ 개척교회는 재미있다(두란노 펴냄)
이 땅의 수많은 개척교회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 책은 기독교 만화가인 조대현 목사의 교회 개척 이야기를 담았다. 한 사람 한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아픔과 기쁨을 나누는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구체적인 사연들이 감동적이다.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를 만화가 특유의 위트와 재치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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