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가든’은 김주원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으며 길라임 뒤에 숨어 있던 또 하나의 ‘김주원’을 발견합니다. 스물한 살 때 화재로 엘리베이터에 갇혔을 때 그를 구해주고 순직한 소방관의 존재를 기억하는 것이지요. 그 소방관이 바로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길라임의 아버지였던 것입니다. 김주원이 되찾은 기억은 곧 자신의 과거를 되찾은 일인 동시에 아내가 될 여자의 과거까지도 떨어질 수 없는 깊은 섭리의 연장선임을 알게 된 셈이겠지요.

기억하지 못한다 하여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요. 그 존재를 의식하고 살아가면 나의 현재는 훨씬 부유하고 강력한 에너지를 가질 수도 있지 싶습니다. 물론 기억이 가져다주는 상처로 괴로워할 수도 있지만 그 또한 잠복된 상처이므로 드러내어 치유하는 게 순리겠지요.

과거의 시간이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이라면 오늘의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데 과거의 기억은 꼭 필요한 배경입니다. 그 배경이 없을 때 오늘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 천박하게 마련입니다. 천박한 자기 사랑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못함으로써 결국엔 공동체에 고통을 떠넘기곤 합니다. 그래서 나를 찾아 떠나는 일, 나의 시간을 찾아 떠나는 여행들이 오늘을 풍요롭게 하는 방식이 되는 것입니다.
‘설’ 하면 생각나는 영화나 문학작품이 있으세요? 그렇게 여러분들에게 문자를 드렸습니다. 이런저런 답신이 왔습니다. 그 중 한 분의 문자는 이렇습니다.

“설과 직접 관계있는 건 모르겠고요. 그냥 의미만 생각한다면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도 괜찮은데요. 정우성과 손예진이 주연이죠. 손예진이 치매환자인데 그 기억을 찾아주는 이야기입니다. 거기 명대사가 나오죠. ‘용서란 미움에게 방 하나를 내어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설은,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으려는 치매 걸린 현대인들을 위하여 방 하나 내어주는 고향 같은 의미가 아닐까요?”

그렇구나, 생각했습니다. 설은 기억을 찾아가는 우리에게 마련된 방 하나입니다. 그 특별한 공간을 무의미하게 드나들지 않기를 스스로 다짐해봅니다. 잃어버린 기억들을 찾아내는 설날이기를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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