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용의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

하늘의 마음을 가진 우리가 품지 못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그 하늘의 마음을 땅 위에 옮겨 오늘을 살아가는 일, 그것이 관용이고 사랑이 아닐는지요. 우리의 마음이 하나님의 마음 조각이라면 사람들이 우리를 보면서 하늘을 볼 수 있겠지요. 


등산을 할 때였습니다. 땅 바닥에 조각하늘이 펼쳐졌습니다. 맑은 옹달샘이었습니다. 고개 숙여 옹달샘 한 번, 고개 들어 하늘 한 번, 그렇게 몇 번을 내려다보고 쳐다봅니다. 옹달샘이 담은 하늘은 더 맑고 푸릅니다. 옹달샘이 하도 맑아서…. 우리 영혼도 옹달샘처럼 맑을 수 있다면, 세상이 우리를 보며 더 맑고, 더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을 텐데….
평화도 그렇습니다. 평화가 사라진 까닭을 내 밖의 세상에서 찾지 말고 내 안에서 찾을 수 있다면, 그런 태도만으로도 세상은 한결 평화로워지고 아름다워질 테죠.

악기는 정직하여
비운 만큼 울고
그릇은 정직하여
비운만큼 담습니다

내게 부족한 것
비우지 못한 
내게서 찾게 하소서.

한희철 목사님의 시 ‘가을의 기도’입니다. 어쩌면 시처럼 살지 못해 제 영혼이 몸살을 앓는듯합니다. 역시 한 목사님의 시 ‘나를 이기소서’를 읽습니다.

더 많이 아파
아픈 이 받고

더 많이 잊혀져
잊혀진 이 받고
 
더 많이 없어
없는 이 받고

더 많이 쓰러져
쓰러진 이 받도록

나를 이기십시오, 주님
일어서는 나를
거꾸러뜨리소서

나를 이기십시오, 주님
주저하는 나를
다시 한 번 이기소서

이런 시와 같은 사람이 맑은 옹달샘 같은 사람이 아닐까요. 새해를 맞아 한 해를 그리며 어떤 노래를 부를까 생각합니다.

제 가슴에 비수처럼 꽂혀 있는 어느 아이의 말이 생각납니다.
“세상에서 아빠가 제일 싫어요! 아빠는 정답만 말해요!”
정답이 언제나 정답일까요? 아이가 아빠에게서 바라는 정답이 아닌 따뜻한 관심이었겠지요.
세상의 풍경도 이와 같습니다. 정의가 정의를 부르고, 다시 정의를 부정하고 새로운 정의가 일어납니다. 그렇게 늘 정답이라는 확신으로 정의를 주장하지만 세상은 분열하고, 폭력이 드세고, 급기야 전쟁이 일어납니다. 결국 핵을 우산으로 떠받치고서야 평화의 빛을 쬐는 아이러니에 빠져버립니다.
우리는 그렇게 살벌한 정의와 정답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기보다 사랑이 사랑을 부르고, 다시 사랑으로 사랑의 온기를 만들어내는 세상에서 살고자 합니다.

사랑은 힘이 셉니다. 사랑의 불길은 사람을 감동시켜 그 사람이 다시 사랑의 불길로 일어나도록 합니다. 그렇게 사랑의 불길이 번져간 곳에는 불순물을 태우고 흩어진 진실을 녹여 더 큰 하나의 세상을 만듭니다. 서로 다르지만 서로를 보듬고 이해하고 살리는 큰 공동체입니다.
어느 봄날의 풍경을 잊지 못합니다. 그 봄에 저는 밟혀도 밟혀도 세상을 더욱 푸르게 하는 잔디를 보았고, 밟혀도 밟혀도 세상을 더욱 향기롭게 하는 꽃잎을 보았습니다. 평화는 그렇게 밟히고 밟혀도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들로 말미암아 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였습니다.

밟히고 밟혀도 세상을 푸르게 하는 잔디처럼 살고 싶어
밟히고 밟혀도 세상을 향기롭게 하는 꽃잎처럼 살고 싶어

흐린 날에 햇살처럼 어두운 날에 별빛처럼
가문 날에 단비처럼 그렇게 그렇게 살고 싶어

찢기고 찢겨도 세상을 다 용서하신 예수님처럼 살고 싶어
죽고 또 죽어도 세상을 모두 사랑하신 예수님처럼 살고 싶어

그렇게 살고 싶어
그렇게 살고 싶어

(좋은날풍경 - 그렇게 살고 싶어)

어느 시인이 말했습니다. 제 가슴에 늘 노래가 되었던 말입니다.
“하나님이 하나님의 마음을 떼어 주셨는데, 그것이 인간의 마음이란다.”
하나님의 마음이 우리 마음이 되었다면 우리 마음은 얼마나 너를 수 있을까요.

내 웃음이 누군가의 눈물 위에 서지 않게 하소서
내 기쁨이 누군가의 아픔 위에 머물지 않게 하소서
내 행복이 누군가의 불행 위에 익어가지 않게 하소서
내 희망이 누군가의 절망을 밟고 올라서지 않게 하소서
내 즐거움이 누군가의 괴로움으로 늘어나지 않게 하소서
내 평안이 누군가의 고통 위에 뿌리를 내리지 않게 하소서

제게 허락하신 기쁨의 땅
좁으면 좁은 대로 바로 서게 하소서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정직하게 서게 하소서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다만 사랑으로 서게 하소서 
 
(한희철 - 어느 날의 기도)

하늘의 마음을 가진 우리가 품지 못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그 하늘의 마음을 땅 위에 옮겨 오늘을 살아가는 일, 그것이 관용이고 사랑이 아닐는지요. 우리의 마음이 하나님의 마음 조각이라면 사람들이 우리를 보면서 하늘을 볼 수 있겠지요. 
어느 날 기도 중에 하나님께 묻습니다. “하나님! 왜 안 보이세요?”
그랬더니 마음속에 한 음성이 들립니다. “너를 통해 보여지고 싶구나!”

구름이 구름을 갑자기 만나면
환한 불을 일시에 켜듯이
나도 당신을 만나서
잃어버린 내 길을 찾고 싶다.

(마종기 - 비 오는 날)
 
새해에도 우리는 많은 사람을 만날 것입니다. 그들은 우리를 통해 무엇을 보게 될까요?
우리가 비록 낮은 곳에 작은 존재로 살더라도 더 맑고 더 푸른 하늘을 보여줄 수 있는 맑은 옹달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박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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