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평강으로 가는 오솔길>

고 노무현 대통령 부부가 방문했을 때, 예정보다 한 시간 넘게 머문 뒤 방명록에 “새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보았습니다”라고 적었다. 잠시나마 근심, 걱정, 한숨소리로 꽉 찬 곳에서 빠져나와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자연의 소리 가득한 평강의 길을 거닐어 봄은 어떨까? 


“평강식물원은 하나님의 작품입니다.”
이환용 평강식물원 원장의 고백이다.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이 식물원은 현재 백두산, 한라산, 히말라야, 로키산맥 등 세계 고산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식물들을 비롯해 약 7,000여 종의 식물들을 수집해 번식시키고 있다. 이런 세계적인 식물원을 구성한 이 원장이 모든 공로를 하나님께 돌리는 이유가 뭘까? 그는 식물원에 얽힌 자신의 신앙여정을 최근 출간한 <평강으로 가는 오솔길>(국제제자훈련원 펴냄)에 담아냈다.


자연은 곧 하나님의 가르침

어느 겨울, 연못정원에 수련을 키우던 통이 얼어 금이 간 곳을 수리하기 위해 통을 꺼냈을 때의 일이다. 통 안에 셀 수도 없는 개구리들이 빠져 있었다. 이 원장은 통 속의 개구리들을 유심히 살폈다. 그 안에는 딱 세 종류의 개구리들이 있었다. 조용히 앉아 죽을 날만 기다리는 개구리, 안절부절 떼굴떼굴 뒹구는 임신한 개구리, 통 안에서 나오려고 팔짝팔짝 뛰는 개구리로 나뉜 것이다.

통 한 귀퉁이에 볏짚을 놓아주자 개구리들이 탈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웅크리고 있던 개구리들은 다른 개구리가 빠져나가든 말든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막대기로 ‘툭툭’ 쳐주자 그때에서야 겨우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 원장은 이런 아기자기한 식물원의 일상을 통해 하나님의 가르침을 묵상한다.


하늘을 쳐다본 개구리들이 모두 지푸라기를 잡고 살아나는 것을 보면서 우리 인간 세상을 생각했다. 이 세상이 아무리 힘겨워도 하늘을 쳐다보며 지푸라기라도 잡고 일어난다면 그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반면에 삶을 포기하고 움츠려 있는 개구리처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삶을 포기한 채 벽만 보고 있을까. … 우리도 하늘을 봐야 한다. 그곳에 하나님의 인도하시는 손길이 있다. 회복의 길로 우리를 ‘툭툭’ 치실 것이다.


하루는 직원이 이 원장에게 잔디가 죽어간다며 농약을 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는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식물원을 만들고 처음으로 한 결심이 ‘농약을 치지 않겠다’는 거였기 때문이다. 자연을 지키되 스스로 자신을 지켜가는 식물원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그의 대안은 기도뿐이었다.
“주님, 주님의 보혈로 이 잔디를 치료해주세요. 제발, 잔디에게 힘을 주셔서 스스로 일어나게 해주세요. 살려주세요.”
그로부터 일주일 후 잔디가 다시 살아났다.

 


자연을 지키시는 하나님 

식물원을 만들고 지키기가 쉬웠던 것은 아니다. 처음 시작부터가 순탄치 않았다. 식물원을 만들면서 허가를 받기 위해 관청에 방문했을 때였다. 얼마 뒤 공무원들이 찾아와 “왜 허가도 받지 않고 식물원을 조성했느냐”며 호통을 쳤다. 원래대로 되돌려놓으라고 경고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강풍이 불어와 소나무 20여 그루가 부러지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그때가 기회였다. 다시 찾아온 공무원들은 피해를 입은 식물을 돌보는 이 원장을 목격하고, 소박한 그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그 무렵 식물에 관한 여러 가지 법률이 바뀌어 이 원장은 마음 놓고 식물원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자연을 지키시는 하나님을 확신하게 된 사건이었다.

식물원의 중앙 부지를 땅 주인이 묘 자리로 쓰려고 했을 때가 가장 큰 위기였다. 이 원장은 그 땅 500평과 식물원의 다른 땅 1,000평과 바꾸자고 협상할 정도였다. 식물원의 한 가운데 묘지가 들어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땅 주인은 결국 식물원 중앙으로 향했고, 포클레인도 함께 왔다. 역시 이 원장이 할 수 있었던 거라곤 기도하는 것 뿐이었다.

“주님, 이 땅은 주님의 보혈이 흐르는 땅입니다. 주님, 주님의 영광을 위해서 이 땅을 쓰게 해주세요. 지관이 여기 앉아 포클레인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지관의 마음을 움직여 다른 쪽에 묘지를 쓰도록 움직여 주세요.”
기도를 마치고 포클레인 쪽으로 가는데, 지관(地官)이 변두리 산 쪽으로 자리를 옮기며 말했다. “왜 이 땅을 진작 발견하지 못했지?”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이 원장은 이렇게 기억한다.


나는 정말 하나님께서 극적으로 지관의 마음을 변화시켜 묘 자리를 옮겼다고 생각한다. 할렐루야!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이 일은 그 누구도 아닌 하나님께서 직접 처리해 주신 것이기 때문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 부부가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이곳저곳 둘러보고 있는데 영부인이 “왜 식물원의 이름을 ‘평강’이라고 지었나요?”라고 물었다. 이에 이 원장은 “평강이란 말은 성경에서 나옵니다. 육체와 마음과 영혼까지도 평안하고 건강하다는 것을 뜻합니다”라고 답했다. 예정보다 한 시간 넘게 그곳에 머문 대통령은 방명록에 “새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보았습니다”라고 적었다.
잠시나마 근심, 걱정, 한숨소리로 꽉 찬 곳에서 빠져나와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자연의 소리 가득한 평강의 길을 거닐어 봄은 어떨까? 

이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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