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 수리교회 정삼섭 목사 소천 이야기

하얀 국화. 끝없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에 춤추며 흩날리는 국화 향기, 그것은 당신의 예수 사랑, 예수 향기이고 예수 사랑일 것입니다. 섬마을과 바다 건너 고향 땅 육지로 그리고 하늘나라까지 국화향기가 퍼질 것입니다.


어느 날 아침,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암을 치료중인 정삼섭 목사님이었습니다.
“병실에서 환우들과 함께 있다 보니 하나님의 손길이 보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심령의 귀로 듣고 있지요. 오랜 기간을 입원해 있는 환자들이나, 그들을 돌보는 가족과 간병인 들 모두 천사 같아요.”
정작 제가 궁금했던 목사님의 몸 상태는,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는 끝내 말씀하시지 않았습니다. 암을 치료하기 위해 입원한 병원에서도 그분은 자신의 건강보다는 다른 사람을 섬기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병원에 입원해 있노라니 섬김이 무엇인지, 내 가족과 이웃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마음 깊이 새겨진답니다. 그는 “대둔도로 다시 돌아가 교회를 섬기게 되면 그곳의 노인분들과 주민들을 어떻게 섬길지를 배우고 있어요”라며 얼마 남지 않은 남은 생애의 계획을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목사님께 “그래, 나이 먹은 우리가 남은 일생 목회를 새롭게 해야지. 그걸 깨달으면 병을 앓는 것도 은혜”라며, 그러기 위해선 정 목사님이 빨리 일어나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는 대답 대신 “목사님, 파이팅!” 하며 통화를 마무리했습니다.

목사님은 인간으로는 못 고칠 질병을 경험하면서, 하늘나라에 이르는 황금문을 발견하고 또 다른 은혜를 체험하고 있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한참이나 목사님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지난 1월 3일 정 목사님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병원으로 가는 도중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목사님은 30년 전 흑산면 대둔도에 수리교회를 개척했습니다. 변두리 시골마을의 한 섬에서 한글학교를 열었고, 그때 글을 배운 분들이 예수님을 영접해 지금도 교회를 다니고 있습니다.
이 작은 섬 대둔도가 목사님에게는 세상 전부였습니다. 바보처럼, 세상모르는 사람처럼 그렇게 살아오신 분이지요.

병실에 도착한 시간은 1시 45분. 30분 전에 목사님은 이미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떠나셨습니다. 숨을 거둔 목사님의 얼굴을 보고, 그 머리 위에 손을 얹습니다.
“하나님의 신실한 종, 정 목사님. 하나님께서 고생을 쉬라고 데려가신 줄 믿습니다.”
가족들은 목사님의 소천을 지켜보며 찬송가를 불렀다고 합니다. 그가 생전에 좋아하던 찬송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 몸도 맘도 연약하나 새 힘 받아 살았네. 주님 다시 뵈올 날이 날로 날로 다가와 무거운 짐 주께 맡겨 벗을 날도 멀잖네. 나를 위해 예비하신 고향집에 돌아가 아버지의 품안에서 영원토록 살리라.”
아내와 아들이 부르는 찬송을 들으며 눈을 감은 정 목사님의 유언은 다름 아닌 “화장해서 교회 뒷동산에 뿌리고 하얀 국화를 심어줘요”였습니다. 한평생 섬긴 흑산면 대둔도 수리교회 성도들을 잊지 못해 그곳에 묻히기를 원했던 거지요.

하얀 국화. 끝없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에 춤추며 흩날리는 국화 향기, 그것은 당신의 예수 사랑, 예수 향기이고 예수 사랑일 것입니다. 섬마을과 바다 건너 고향 땅 육지로 그리고 하늘나라까지 국화향기가 퍼질 것입니다.
외로운 섬 마을에서 하나님의 택한 백성들을 위해 ‘구원의 등대지기’ 사명을 감당했던 한 시대의 ‘예수 그리스도의 사자 정삼섭’을 기억하는 하얀 국화를 보게 될 것입니다.

글 사진=황영준 목사
광주동산교회를 30년 동안 목회한 뒤 원로목사로 은퇴하였다. 현재는 여수 애양원과 소록도 교회 등을 찾아서 섬기고 있으며 전국의 농어촌교회를 찾아 살아 있는 역사를 쓰고 있다.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