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청춘을 위한 김난도 교수의 ‘위로가’

인생에 관한 한 우리는 지독한 근시들이라고 말한다. 왜 늦가을 아름다운 고운 빛을 선사하는 국화가 되려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친구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나만 잉여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좌절한다면 잊지 말라. 그대라는 꽃이 피는 계절은 따로 있으며, 아직 그대의 계절이 오지 않았을 뿐이라고.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뽑은 최고의 멘토 김난도 교수(서울대 소비자학과)가 ‘88만 원 세대’로 슬픈 시간을 살아가는 20대의 젊은이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쌤앤파커스 펴냄)는 인생 앞에 홀로 선 젊은이들을 향한 김난도 선생의 따뜻하고도 진솔한 마음이 솥 안의 찐빵처럼 모락모락 김을 내며 담겨 있다.
선생은 말한다. 불안하니까, 막막하니까, 흔들리니까, 외로우니까, 두근거리니까, 그러니까 청춘이라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 청춘을 푸르게 더 푸르게 살아달라고.


# 당신의 인생시계는 몇시 몇분?

형님 같은 선생 김난도 교수는 ‘인생시계’를 확인해보라 말한다. 인생시계란 인생 전체를 하루로 축소하였을 때 나는 지금 몇 시를 살고 있는지 가르쳐주는 시계이다.
계산법은 간단하다. 하루 24시간은 1440분, 이것을 평균수명인 80년으로 나누면 18분이다. 그러니까 1년에 18분씩, 10년에 3시간씩 가는 시계이다. 20세는 오전 6시, 30세는 오전 9시, 40세는 정오이다.
자 그렇다면 우리의 인생시계는 몇 시일까? 45세인 나는? 정오를 넘어 오후 1시 30분이다.


너무 늦었다 생각했던 내 인생은 그러고 보니 오후의 모든 시간을 남겨두고 있다. 스물넷이라고? 그렇다면 당신은 고작 아침 7시 12분일뿐이다. 아직 출근도 하기 전의 그 시간, 당신은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세상 앞에서 설레며 일해야 할 때이다. 쉰! 황혼이 가까웠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아직 오후 3시, 오후의 많은 시간과 해 진 뒤의 화려한 시간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 인생시계 앞에서 결코 너무 늦은 시간은 없다. 그래서 김난도 선생은 말한다. “그대, 아직 이르다. 적어도 무엇이든 바꿀 수 있을 만큼은….”


# 한 송이 국화꽃이 피기까지는…

매화 벚꽃 해바라기 국화 동백…. 자 이 꽃들 가운데 그대는 어떤 꽃이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는가? ‘가장 좋아하는가’가 아니라 가장 훌륭하다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면 당신은 말할 것이다. 어리석기는, 계절 따라 피는 꽃은 저마다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는 법. 무엇이 가장 훌륭하긴, 말이 안 되는 질문이야. 맞다. 문제는, 꽃에 대해서는 그렇게 유연하게 사고할 수 있으면서 자기 인생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왜 모두들 가장 일찍 꽃을 피우는 ‘매화’가 되려고만 할까?

김난도 선생은 젊은이들을 향해 그렇게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면서 인생에 관한 한 우리는 지독한 근시들이라고 말한다. 왜 늦가을 아름다운 고운 빛을 선사하는 국화가 되려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친구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나만 잉여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좌절한다면 잊지 말라고. 그대라는 꽃이 피는 계절은 따로 있으며, 아직 그대의 계절이 오지 않았을 뿐이라고.

우리나라 영화제엔 있는데 아카데미영화제엔 없는 상이 있는데 아는가? 그게 신인상이란다. 왜? 미국 영화계엔 신인이 드물기 때문이다. 우리 눈엔 혜성처럼 나타난 배우라도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수많은 단역과 조연을 거쳐 오랜 경력을 쌓아 주연을 맡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언제 그는 신인이었을까? 모호하다. 기준이 모호하니 신인상 부문을 만들지 않는다.
그대, 신인상을 원하는가? 아니면 남우주연상이나 여우주연상을 원하는가? 지금은 주연상을 향해 가는 ‘인동’(忍冬)의 시간일 뿐이란 사실, 잊지 말라.


# 청춘? 불확실성 속에서 준비하는 미래!

학원과 도서관은 전문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준비하는 고시생들로 가득하다. 그들은 왜 고시에 목을 매달까? 다른 가능성의 문을 꽁꽁 닫아버린 채 고시에 함몰된 그들은 어쩌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아예 차단해버린 것이 아닐까?
하여 김난도 선생은 말한다. 자격고시에 도전하기로 마음먹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안이하고 나태한 결정일 수 있다. 나의 가능성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포기하는 순간, 아주 쉽게 자기 형편에 맞는 시험 준비를 시작하게 되므로. 그러니 시험 준비라라는 건 겉으로는 매우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생의 전체적인 프레임에서 보면 문제를 유예하는 게으른 과정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일 자체의 즐거움이다. 사람들은 안정적인 소득이 삶의 질과 등식을 이룬다고 믿지만 인생에서 더 본질적 기쁨을 주는 것은 고소득이 가져다주는 양질의 소비가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할 때의 성취감이란 사실이다. 하여 김난도 선생은 말한다. 가슴 떨리는 불안을 연료로,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준비하며 하루하루를 밝혀나가라. 그대의 자아를 실현하는 길이 의사나 공무원만은 아닐 것이므로….


불안하거나, 막연하거나…. 젊은 그들의 아픔은 거기서 출발한다. 그러나 불안한 것도 막연한 것도 문제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직면하는 시간을 갖는 일이다. 부모의 기대나 사회의 분위기나 친구들의 트렌드 같은 것은 잊어버리고 스스로 물어보라.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무엇을 할 때 행복한가? 나는 무엇을 가장 잘하는가? 나는 누구인가?

박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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