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물건이라도 디자인이 어떠냐에 따라서, 혹은 디자이너가 누구냐에 따라서 그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사람들이 유명 브랜드의 상품을 선호하는 이유도 ‘디자인이 예뻐서’란다.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상품의 디자인을 세련되게 보이게 하는지, 높은 수준의 디자인이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디자인’ 하면 고급제품을 떠올린다.
이러한 사회풍토에 대해 조국 서울대 교수는 “디자인은 구매력 있는 소비자를 겨냥하고 있으며, 이러한 소비자층은 디자인을 구매함으로써 자신을 타인보다 나은 존재로 만들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UN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65억 명 중에서 90%인 약 58억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가장 기본적인 생필품도 갖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돈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상위 10%의 사람들만이 디자인이 가미된 상품을 살 수 있다.
모두가 10%의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디자인을 하고자 힘쓰는 가운데, 90%를 위한 디자인을 하는 이들과 제품을 소개하는 책이 나왔다. 한밭대학교 적정기술연구소는 최근 <Design for the Other 90%>라는 책을 번역 출간했다. 이 책은 세계 최대의 연구 및 박물관 연합체인 스미소니언연구소가 펴낸 책으로 이미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의 바이블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번역본이 출판되면서, 출간 3년 만에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전해지게 된 것이다.
적정기술이란 간단하게 말해 ‘기술을 사용할 때 개인의 자유가 확대되고, 그 사용이 환경이나 타인에게 가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기술’이라는 단어 때문에 선입견이 생길 수 있지만, 사실 인간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이해를 가진 하나의 철학이자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다.
적정기술이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기술이라는 편리함에 ‘따뜻함’이라는 옷을 입힌 것 같다”는 이수원 특허청장의 소감처럼 제품 하나하나에 만든 이의 온기가 전해진다.

  

 

라이프스트로우
전 세계적으로 빈곤층의 절반 이상이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해 고통을 받고 있다. 이 제품은 휴대가 가능한 개인용 정수기로 장티프스, 콜레라, 이질, 설사 등을 예방하고 있다.

 

 

  

항아리 속 항아리 저장고
바깥쪽의 큰 항아리와 안쪽의 작은 항아리로 된 저장고로, 작물과 채소 등을 오랜 기간 동안 저장할 수 있다. 2-3일간 보전되던 것들을 여기에 넣어 보관하면, 21일간 유지된다. 나이지리아 고로모 마을의 소녀들은 망고와 같이 잘 상하는 물건들을 급하게 팔기 위해 시장에 갈 필요가 없어졌다. 이 디자인이 그들을 다시 학교로 돌아가게 해준 것이다.

 

 

 

구르는 물통
한 때 TV CF로 국내에도 잠시 알려졌던 디자인이다. 어린이들과 여인들이 멀리서 물을 길어오는 노동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주었다.

 

 

 

어린이 한 명당 노트북 한 대씩
개발도상국의 어린이들에게 배움, 정보,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키 위한 교육적 도구로 고안된 휴대용 컴퓨터이다. 가격은 100달러. 비영리단체가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이를 대량생산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디자인되었음은 물론, 이동 중에 흙이나 모래가 들어가지 않도록 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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