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사회적 기업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

사회적 기업이 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은 소외된 이웃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동시에 저개발국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등, 수익을 내면서도 사회적 공익, 즉 ‘좋은 일’을 하는 ‘착한 기업’을 말한다. 올해만 해도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된 곳은 417개나 된다(2010년 10월 기준). 또 고용노동부는 금년 안에 500개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최근 한국교회도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이 무엇인고 왜 필요한지, 어떻게 설립해야 하는지 등 무지몽매한 경우가 많아 설립하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아름다운동행>과 <사회적기업활성화포럼>은 고용노동부 주최로 지난 12월 13일 기독교 사회적 기업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 ‘한국교회여! 사회적 기업을 주목하라’를 개최했다.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관련 전문가 및 정책담당자, 실제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관계자들이 발제자로 나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켜주었다는 평가다.


 사회적 기업은 섬김, 봉사의 효과적 방법

박명철 편집장(아름다운동행)은 교회가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를 “사회적 기업 활동이 교회의 기능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회가 케리그마(복음 선포), 코이노니아(교제), 디아코니아(섬김과 봉사)라는 기능을 가진다면, 복음 선포는 섬김, 봉사가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섬김과 봉사는 개인이나 교회 안에서만 국한되지 않고, 교회 밖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편집장은 타자를 위한 교회, 한국교회가 이런 범주의 섬김·봉사를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사회적 기업이 제공한다는 데에 주목했다.
“얼 마틴 팰런은 태어나면서부터 버려진 흑인아이였습니다. 하지만 두 살 때 중산층 백인 부모를 만나 예일 대학,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하면서 주류사회로 편입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요. 하지만 팰런은 주류사회를 거부하고, 과거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멘토링과 방과후 과외를 결합한 교육사회적기업 ‘벨’(BELL)을 설립했습니다. ‘벨’ 출신 학생들은 학교에서 꼴찌를 다투던 학생들이 모두 대학에 진학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현재 팰런은 1만 2000명의 어린이들에게 꿈을 선물하고 있지요.”

 

김지한 위원장
세계는 아직도 절절하고 슬픈 사연들로 들끓는데, 한 사람의 작은 실천으로 위대한 사회적 기업이 생겼듯, 교회가 선한 뜻, 하나님의 뜻에 즉시 실천하는 하나의 효과적인 방법이 사회적 기업이라는 셈이다.

 

김지한 위원장(사회적기업활성화포럼)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물고기를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물고기를 잡을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 것이 교회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봉사”라고 말했다. 또 교회가 사회적 기업을 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는 이유는 그리스도인들은 마더 테레사처럼 자신의 재능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사심 없이 나눠줄 수 있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교회는 설립, 홍보, 구매운동 등으로 참여

나영돈 정책관
그렇다면 교회은 어떻게 사회적 기업을 만들 수 있는가.
나영돈 정책관(고용노동부)은 “교회가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거나, 교회 내부 재원을 활용하여 사회적 기업을 직접 설립할 수 있고, 또는 운영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우선 교회는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지역에서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을 찾아보자. 그곳에서 판매 또는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쿠키, 도시락, 칫솔 등을 판매하는 사회적 기업이 있을 수 있다. 또 가사, 청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을 찾을 수도 있다. 한 해 동안 <아름다운동행>이 기획한 ‘아름다운소비자운동’ 기사를 참조하면 어떤 곳이 사회적 기업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또 우리 동네 착한 기업 알리기 식의 홍보를 지원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교인 중에 회계, 세무, 법무 등의 전문가들이 있다면, 이들이 사회적 기업의 운영이나, 법률적 문제 등을 도와줄 수 있다. 전문가가 아닌 교인들도 일손이 딸리는 사회적 기업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여 운영을 도울 수 있다.
나 정책관은 “교회에 사회적 기업 안내 책자를 비치하고, 교회 간행물에 회사와 제품을 홍보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사회적 기업에는 큰 도움이 됩니다”라고 말했다.

 

교회가 사회적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교회가 사회적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자원봉사자 조끼·쿠키·도시락·두부·칫솔 등 이용 가능한 제품도 다양하다. 가사·간병·청소 등 용역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교회가 사회적 기업을 인큐베이팅 할 수도 있다. 교회 내부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직접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거나 운영을 지원할 수도 있다. 교회의 회계·세무·법무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사회적 기업을 도울 수 있다. 교회의 봉사 활동을 사회적 기업에서 해도 된다.


사회적 기업이 ‘선교 도구’ 돼서는 안 돼

한편 교회가 사회적 기업을 만들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기독교적 사회적 기업이라도 사회적 기업의 본질을 흐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중 하나는 사회적 기업은 선교의 도구로 전락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많은 기독경영학자들의 주장이기도 한데, 박 편집장은 영화 <울지마 톤즈>로 유명해진 이태석 신부의 말을 인용했다.

 

“가난과 절망을 극복하기 위해 죽음의 늪에서 뛰쳐나온 가난한 아이들을 보니 가톨릭이니 개신교니 이슬람이니 하며 사람을 종교로 구분 짓는 것이 그들에겐 배부른 소리요, 조금은 미안한 소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그저 우리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이다.”
교회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과 개종을 거래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이다. 
 

사진= 김승범 기자
글= 편성희 기자

  

 

 우리 주변에 있는 ‘착한 기업’은요…
01. 함께 일하는 세상(www.wt.co.kr)= 기초생활수급자의 자활 돕는 사회적 기업. 건물 청소대행, 카펫, 외벽관리, 방역, 소독 서비스 제공
02. 청미래 사업단(
www.karf.or.kr)= 알코올 중독자 재활을 돕는 사회적 기업. 화원, 카페, 매점 운영 및 택배 서비스 제공
03. 공공미술프리즘(
www.free-zoom.com)= 젊은 예술가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미술 분야 사회적 기업
04. 터치포굿(
www.touch4good.com)= 재활용품을 이용한 가방 및 에코백 등을 제작, 판매하는 환경 분야 사회적 기업
05. 공신(
www.gongsin.com)= 온라인사이트를 통해 동영상 강의를 무료 또는 저가로 공급하는 교육 분야 사회적 기업. 오프라인에서는 청소년자활센터, 하자센터, 중고등학교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을 시행.
06. 시지온(
www.cizion.com)= 인터넷 악플 예방 프로그램을 제작, 판매하는 사회적 기업. 시지온의 프로그램 ‘라이브리’를 설치하면, 온라인 상에서 악플을 달면 악플을 단 사람의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자동으로 그 내용이 공개되어 함부로 악플을 달기 어려워진다. 
07. 극단 연우무대(
www.iyeonwoo.co.kr)= 문화소외지역에서 공연하며, 연극배우 및 스태프들에게 일자리 및 경험을 제공하는 문화 분야 사회적 기업.
08. 도서출판 점자(
www.kbraille.net)= 시각장애인, 지적장애인, 저시력자, 난독증 환자 등 독서 장애인을 위한 대체도서를 펴내는 출판 관련 사회적 기업.
09. 오방놀이터(
http://cafe.naver.com/obangnori)= 결혼, 임신, 출산 등으로 직장생활이 어려운 엄마들이 만든 사회적 기업. 천연 염색 천 및 친환경 재료로 만든 인형, 완구 등을 제작, 판매하고 있다.
10. 행복한학교(
www.happy-school.org)= ‘방과후학교’ 위탁재단으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학습지도, 보육, 문화체험 등의 수준 높은 교육 프로그램 제공.

자료제공= 고용노동부 <내 아들 내 딸에게 보여주고 싶은 사회적 기업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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