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철훈의 <사진으로 길을 찍다>

이처럼 함철훈 작가의 사진 이야기는 깊이로 보면 신학이고, 미학이고, 문학이다. 한 구절 한 구절을 읽다 보면 어느새 사진이 보여주는 드넓은 지평들이 열린다. 사진 그 너머를 보는 눈이 뜨인다. 그의 책엔 그런 맛이 있다.


포토그래프, 곧 사진은 빛(포토, photo)으로 그린(그라피, graphy) 그림이다, 그리 정의하는 함철훈 작가에게 사진이란 다름 아닌 하나님의 빛이 그려낸 하나님의 작품이다. 그러므로 사진을 찍는다, 는 행위는 곧 하나님의 말씀하심을 듣는 행위이고, 깨달아 자신을 변화시키는 일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니 사진작가의 삶은 수도의 과정이고, 동시에 하나님 앞에 자신을 내려놓는 예배의 행위이다.
이처럼 사진에 대한 영적 발견을 나누고자 하는 함철훈 작가가 새 책 <사진으로 길을 찍다>(이파로스 펴냄)를 펴냈다.

 

그는 말한다. 사진에도 길이 있다고. 그 사진이 자신에게 알려준 길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그래서 자신에게 길을 열어준 ‘보이지 않는 손’을 만나라고. 그러면 그 길은 하늘까지 닿아 있다고.
이처럼 함철훈 작가의 사진 이야기는 깊이로 보면 신학이고, 미학이고, 문학이다. 한 구절 한 구절을 읽다 보면 어느새 사진이 보여주는 드넓은 지평들이 열린다. 사진 그 너머를 보는 눈이 뜨인다. 그의 책엔 그런 맛이 있다.
그의 사진 이야기 몇 꼭지를 함께 맛보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사진가는 사진기로 세상을 관찰한다는 것이다. 분명 사진기 뷰파인더를 통해 보는 것과 맨 눈으로 보는 것은 차이가 있다. …뷰파인더로 보는 세상을 통해 평소 선입견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그래서이다. 새벽녘, 이슬이 맺힌 민들레와의 만남을 통해 우주의 질서를 본다. 우주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 ‘사진 속’에 있는 셈이다. 어느새 사진가는 그 ‘길’을 걷고 있다.


노출과 초점이 중요하다. 초점, 원하는 것이 잘 보이도록 조절. 노출, 셔터 스피드와 조리개의 적절한 조합. 여기서 사진기는 다시 재해석한다. 셔터 스피드와 조리개를 맞춘다는 것은 새로운 시간과 공간의 선택이다. 의도한 공간과 시간이 새롭게 탄생하는 순간이다.


그리 보면 먼지도 빛을 받아 아름답고, 연기도 신비롭다. 사진가는 그렇게 대상과 관계를 맺고 행복을 키워간다. 하늘이 비친 물은 하늘의 색으로 물든다. 빛이 들어 물이 든다는 말 ‘물든다’ 그 말이 와 닿는다. 어디 물 뿐인가. 산에도, 심지어 삶의 길에도 빛은 들 것이다.
뷰 파인더로 앞에 핀 작은 들꽃에 초점을 맞추면 55:45나 64:36 비율의 세상 속에 웅장한 산이 뒤로 밀려 배경으로 흐려진다. 그 속에는 풍족하고 웅장한 아름다움을 갖춘 거인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섬세한 상대를 배려해주는 그런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배운다. “마음의 무릎을 낮추니 그 속에 길이 있다.”

 


스틸사진은 무비카메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낮에는 125분의 1초나 250분의 1초의 셔터 스피드로 촬영한다. 조리개도 열어놓고 셔터로 60초나 180초 동안 필름에 빛을 모은다.


빛의 양, 곧 빛을 모으는 시간이 길어지면 캄캄한 밤에도 길은 보인다. 밤하늘은 까맣다. 아니 까맣다고 생각하지만 사진을 통해 밤하늘도 까맣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보지 못했으니 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 없고, 보았다고 꼭 있는 것이라 단정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진리도 본다. 이 또한 길이다.


모두들 카메라를 지니고 살아간다. 그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내게 익숙한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라, 거기 길이 있으리라, 그 길을 따라 하늘의 마음에 닿아보라…. 함철훈 작가는 그의 사진 이야기를 통해 그렇게 속삭인다.

박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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